"집에 경찰이 와도 게임 모니터만 보던 남편…결국 임신한 아이 지웠습니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02.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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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게임 중독' 남편 때문에 임신 11주차에 아기를 지웠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임 때문에 결국 아이 지우고 왔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임신 11주차인데 결국 아이를 지웠다"며 "남편과 이혼 얘기도 마무리하는 데 정말 너무 지친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남편이 한 온라인 게임을 시작한 뒤부터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A씨는 "1시간이면 게임이 끝난다고 해서 밥을 차려놓으면 '팀원이 미숙해서 늦게 끝났다'며 2시간 넘게 지나서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며 "멤버가 잘 맞아서, 또는 단체로 하는 거라 중간에 끝낼 수 없다며 진짜 급한 일이 생겨도 중간에 절대 (게임을) 못 끊는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의 부모님이 입원했다는 소리에도 A씨 남편은 "게임 끝내고 가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A씨는 털어놨다. A씨는 "수요일은 퀘스트 초기화되는 날이라고 무조건 게임을 해야 한다는 남편 때문에 시댁, 친정 가리지 않고 행사나 모임에 하나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장 게임 지우라고, 컴퓨터 박살 내겠다고, 지금 게임 안 지우면 이혼한다고 난리 친 뒤에야 남편은 싹싹 빌며 게임을 멈췄다"면서 "게임을 그만두니 다시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고, 임신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A씨 남편은 쉽게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편은 "아이템에 들어간 돈이 많다. 처분하면 몇십만원 나오니 그것만 잠깐 하겠다"며 게임을 설치한 뒤 다시 게임에 빠졌다.


A씨는 "하루는 아랫집 남편이 올라와 층간소음으로 따지면서 소리를 질러 싸움이 커졌다"며 "저를 때리려는 행동까지 해서 경찰 부르고 사건 무마될 때까지 남편은 게임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일 겪으니 정말 남편이 짐승으로 보여서 '아이 지운다' 통보하고 진짜로 아이를 지우고 친정에서 지내는 중인데, 매일 가슴이 무너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경찰이 와서 상황 중재하고 남편 게임을 하던 방문 열었을 때 나를 쳐다도 안 보고 모니터만 보던 그 모습. '경찰 왔다 갔어. 나 맞을 뻔했어'라고 말했지만, 헤드셋 때문에 내 말을 듣지도 못하던 그 모습. 잊고 싶어도 그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 숨이 안 쉬어지고 자다가도 그 모습이 떠오르면 심장이 쿵쾅거리며 벌떡 일어나게 된다. 정말 너무 힘들고 마음이 지친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믿을 수 없다"며 조작을 의심하면서도 "게임 중독은 도박 중독 수준이다. 게임에 미치면 살인도 한다" "중독되면 답이 없다" "예전 남자친구를 사귈 때 겪어봤는데 게임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었다" 등 공감 섞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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