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물가인데 지진까지…커지는 튀르키예 우려, 증시는 16% 폭락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3.02.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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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T 100지수 8일도 7%대 추락중…인플레 불구 나홀로 금리인하 진행하며 화폐가치 바닥

(카라만마라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7일 (현지시간)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아버지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의 손을 꼭 잡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카라만마라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7일 (현지시간)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아버지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15세 딸의 손을 꼭 잡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망자만 8000명을 넘어선 대지진의 여파로 튀르키예 경제도 직격타를 맞았다. 이번 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이 남부 가지안테프크 지역으로 튀르키예 제조업의 허브로 꼽히는 데다, 이스켄데룬 항구 등 주유 운송 기반이 손상되면서 터키를 통한 석유 수출도 중단됐다. 터키 리라화는 물론 터키 종합주가지수는 지진 이후 10% 넘게 폭락했다.



대지진 이후 BIST 100지수 9.8% 급락… 제조업 허브 타격
8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대지진 발생 이후 튀르키예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지수(BIST 100지수)는 지진 발생 전인 3일 종가(4997.63) 대비 9.8% 하락해 4505.34로 장을 마감했다. 7일 하루에만 8.62% 급락했다. 같은 날 BIST 30지수 역시 전일 종가 대비 8.80% 급락했다. 8일에도 오전 11시25분 기준 7% 넘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진 이후에만 16%가량 지수가 빠졌다.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은 곳은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지역이다. 이 중 튀르키예의 가지안테프 지역은 제조업의 허브로 꼽혀 튀르키예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리아 북부의 경우 내전으로 고통받는 곳이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된다.



최근 수년간 화폐가치가 급락한 리라화 (C) 로이터=뉴스1  최근 수년간 화폐가치가 급락한 리라화 (C) 로이터=뉴스1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 피해 규모가 10억달러(1조259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리라화 폭락 등으로 경제적 불안정에 휩싸였던 튀르키예와 오랜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리아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지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 터키 리라화는 최저치로 떨어졌고, 터키 증시는 폭락했다"면서 "현재 리라화 가치가 떨어져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300달러(37만8000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거꾸로 경제정책' 부메랑…물가 초급등
현재 리라화는 1달러당 18.8373으로 지진 발생 전인 3일(18.8270) 대비 큰 변동은 없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리라화의 가치가 13.5589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떨어질 대로 화폐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5년 새 리라화는 6분의 1 토막 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거꾸로 경제 정책'이 리라화를 휴지로 만들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적으로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금리 인하 정책을 굽히지 않았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차입비용을 높였지만 터키만은 에르도안 총리가 금리 인상을 '최대의 적'이라고 부르는 등 세계적 흐름에서 역행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에도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해 10.5%에서 9%로 낮췄다.

(알레포 로이터=뉴스1) 이유진 기자 =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대지진으로 인해 시리아 알레포 지역의 수많은 건물이 붕괴된 가운데, 현재 수색 및 구조 작업이 한창이다. 양국에서 이번 지진 여파로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7900여명에 달한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알레포 로이터=뉴스1) 이유진 기자 =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대지진으로 인해 시리아 알레포 지역의 수많은 건물이 붕괴된 가운데, 현재 수색 및 구조 작업이 한창이다. 양국에서 이번 지진 여파로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7900여명에 달한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로 인해 터키의 물가는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 대비 85% 치솟으며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운송 단가가 117% 뛰었고 식량 가격은 99% 급등했다. 터키 정부의 공식 통계인 만큼 실제 물가 상승률은 그보다 두 배가량 높을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보유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운 터키 국민들은 리라화 대신 가상화폐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다.

화물·보건 인프라 손상 심각… 최대 2300만명 피해 예상
이번 지진의 여파로 터키 남부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서는 화물 컨테이너 수십 개가 불에 타고 항구가 구조적으로 손상되면서 모든 운항이 중단됐다. 정상적인 운영 시기를 가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운송회사들은 컨테이너를 인근 허브로 우회시키거나 메르신 항구 혹은 이집트 포트사이드를 포함한 환적 창구에 보관하고 있다.

지진 여파로 중단됐던 터키를 통한 석유 수출은 파이프라인 점검 후 일부 재개됐다. 앞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는 터키의 세이한 항구를 통해 석유를 수출해왔으나 사고 방지를 위해 지진 발생 이후인 지난 6일 석유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의 석유 수출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이스탄불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시청 앞 광장에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판결이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번 판결이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이마모을루 시장을 제거하기 위한타이이프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계략이라고 보고 있다. 2022.12.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스탄불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시청 앞 광장에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판결이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이번 판결이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이마모을루 시장을 제거하기 위한타이이프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계략이라고 보고 있다. 2022.12.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편 튀르키예의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9578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7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다 2021년에야 다시 8190억달러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독한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에 이어 이번 지진 여파로 올해 다시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터키와 시리아에서 최대 2300만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델하이트 마르스창 WHO 선임 비상대책위원은 "잠재적으로 2300만명이 피해에 노출돼있고 터키와 시리아 북서부를 중심으로 피해 지역 전체에서 민간 인프라와 잠재적으로 보건 인프라가 손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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