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이자 올리고 파킹이자 내리고…증권사 이자 장사 너무하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2.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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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이자 올리고 파킹이자 내리고…증권사 이자 장사 너무하네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는 내리고 받을 이자는 올린다. 증권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금리 정책에 투자자들도 뿔났다. 시중 금리를 반영한 조치라지만 과도한 이자 장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의 이자율을 일제히 인하했다. CMA는 단 하루만 맡겨도 맡긴 기간 만큼 이자가 나오기 때문에 대기자금을 굴리는 '파킹통장'으로도 불린다. 유형에 따라 MMW(머니마켓랩)형, 발행어음형, RP(환매조건부채권)형 등으로 나뉜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일부터 MMW형 CMA 이자를 기존 3.94%에서 3.8%로 인하한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KB증권은 기존 3.84%에서 3.7%로, 미래에셋증권 역시 기존 3.89%에서 3.75%로 내렸다.

MMW형 CMA를 제공하는 다른 증권사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MMW는 증권사가 단기금융상품에 알아서 투자하는 방식인데 보통은 한국증권금융의 정기예금 상품에 투자한다. 최근 증금 예금 금리가 내리면서 MMW형 역시 금리를 인하한 상황이다.



발행어음 금리도 일제히 내려갔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하는 약속어음이다. 고객이 발행어음을 매수하면 사전에 약정한 이자율 만큼 이자를 지급한다.

국내에서 발행어음을 취급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4곳이다.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1년물 금리는 기존 4.7%에서 4.15%로 대폭 낮아졌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금리를 0.25~0.45%포인트씩 내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금리는 단기물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중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최근 채권 시장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면서 발행어음 금리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객에게 줘야 할 이자는 시중 금리를 반영해 빠르게 내리면서 반대로 고객들로부터 받는 신용융자 이자는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최근까지도 올리는 추세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는 빌리는 기간에 따라 최고 10%대 이상까지 오른 상태다.

발행어음 등 이자를 내린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9일부터 1~7일 구간의 신용융자 이자를 기존 4.9%에서 5.9%로 1%포인트 인상했다. DB금융투자는 오는 15일부터 기간별 신용 이자를 기존 5.76~9.9%에서 6.06~10.1%로 올리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기간별 신용 이자를 기존 7.1~9.6%에서 7.1~9.9%로 인상한다. 유안타증권은 오는 13일부터 기간별, 고객등급별 신용 이자를 0.05~0.25%포인트씩 올릴 예정이다.

신용융자의 이자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 기준금리는 CP(기업어음) 금리가 기준이 되고 여기에 전산유지비, 마케팅비 등 업무원가와 신용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등이 더해져 최종 금리가 결정된다.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CP 금리는 91일물 기준 최근 급격한 하락세다. 지난 7일 CP91일물 금리는 4.28%로 지난해 12월 고점(5.54%) 대비 1.26%포인트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보다 만기가 긴 6개월~1년물을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시중 금리의 빠른 하락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증권업황이 침체된 국면에서도 증권사들의 신용이자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47곳의 신용이자 수익은 총 2조16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3억원(0.2%) 증가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중개 수수료가 크게 감소한 걸 감안하면 신용이자 수익의 증가분 상당수는 금리 상승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는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회사긴 하지만 적정 수준보다 과도한 신용이자를 관행처럼 유지해 온 것은 문제"라며 "금융당국에서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고객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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