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월담', 사진제공=tvN
익숙한 설정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속도는 빠르다. '청춘월담'의 1,2화는 빠르고 많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된다. 이환이 세자가 된 첫날 귀신의 서(편지)를 받고 트라우마를 겪는 상처와,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의 분투 속 조정대신들과의 대립이 펼쳐진다. 민재이가 친족 살해 누명을 쓰고, 병사들과 추격전을 벌이며, 누명을 풀어줄 세자를 만나는 과정도 2회 안에 담아낸다. 첫 승부수를 속도전으로 띄운 셈이다. 때문에 신 전환이 허술하게 이어지는 부분도 적잖게 눈에 들어온다. 특히 여자 주인공인 민재이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서사는 "개성부의 많은 사건을 해결한 사람은 나"라는 짧은 대사 한마디로 함축된다.
'청춘월담', 사진제공=tvN
'청춘월담', 사진제공=tvN
'청춘'이라는 제목을 가져다 쓰며 푸르고 따사로운 전개를 기대한 시청자라면 '청춘월담'의 1,2화는 반전에 가깝다. 하지만 예고된 상황이 극적일수록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절절하고 애틋하게 피어날 테고, 어둠이 있어야 빛과의 대비가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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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깔아놓은 떡밥이 많은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환은 '귀신의 서'를 쓴 배후를 찾아야 하고, 배다른 동생 명안대군(임한빈)과 그의 외숙인 우의정 조원보(정웅인) 세력과도 맞서야 한다. 민재이는 정혼자인 한성온(윤종석)의 눈을 피해 세자와 공조하며 누명을 풀어야 한다. 각 인물들에겐 헤쳐나가야할 나름 굵직한 사건과 사연이 있고, 그 중에서도 중심인물인 이환에겐 한 가지로 분류할 수 없는 다단한 감정선이 중첩돼 있다. 정현정 작가는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에서 심도있고 현실감있는 감정 묘사로 공감 짙은 애정사를 그렸다. 이 작품에선 미스터리로 운을 뗐지만, 추후 그의 강점이 발현될 것이라는 기대는 유효하다.
KBS2 '화랑' 이후 두 번째 사극에 도전하는 박형식과 사극이 처음인 전소니의 호흡은 현재까지는 물음표다. 아직까진 억양을 유지하고 길들이는데 고투한다. 발군은 표예진(가람 역)과 윤종석이다. 눈물의 이별신에 이어 민재이와 그의 몸종 가람의 '워맨스'를 각별하게 꾸려갈 조짐이 보인다. 네 사람이 더 가까이 교착하는 지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청춘월담'의 담장 너머에는 무엇이 그려질지 이목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