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와 카카오의 난투전…사야할 주식은 카카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2.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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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와 카카오의 난투전…사야할 주식은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75,900원 ▲900 +1.20%)) 경영권 분쟁이 쥐불에서 들불로 커지려는 분위기다. 카카오 (47,200원 ▲300 +0.64%)는 유상증자,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에스엠 2대주주로 오를 예정인데, 최대주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를 제지하고 나서며 물밑 분쟁이 드러났다. 에스엠 경영진이 이 프로듀서의 공백을 틈타 본인을 배제하고 회사를 카카오에 매각하려 했다는 것인데, 진위여부와 무관하게 분쟁이 확산되고 있어 주가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8일 증시에서 에스엠은 전날보다 9.54% 오른 9만8700원에 마감했다. 분쟁 당사자가 된 카카오 (47,200원 ▲300 +0.64%) 역시 전날보다 1100원(1.62%) 오른 6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에스엠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4.91% 지분을 확보하고, 전환사채 인수로 4.14%를 추가 확보해 2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에스엠 최대 주주인 이 프로듀서의 지분율은 기존 18.45%에서 16.78%로 낮아진다.



이 프로듀서는 SM 이사회가 위법행위를 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인 화우는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찬성 결정한 이사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프로듀서와 카카오가 경영권 매각에 사전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뚜껑 밑에서는 난타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법적공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분쟁은 확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자금력이 튼튼한 카카오는 에스엠 경영진을 포섭해놨고, 여기에 평소 에스엠에 불만이 많던 기관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들도 우군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 행동주의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측은 8일 성명서를 내고 "SM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 및 성장 전략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번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도 기본적으로 SM 3.0 전략의 추진과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기본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카카오에 대한 지지선언이다.


아직은 이 프로듀서의 지분율이 높지만 영향력만 놓고 보면 카카오도 뒤지지 않는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양측이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의결권 확보와 장내 주식매집이 병행되면 주가가 오를 개연성이 있다.

한편으론 에스엠보다 카카오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이번 분쟁이 카카오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면, 본업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는 산하에 스타쉽엔터, IST엔터, 안테나 등을 주력 자회사로 두고 K-POP 매니지먼트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핵심 아티스트로는 아이브, 아이유 등이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카카오엔터를 통해 웹툰, 음악, 연예매니지먼트, 드라마·영화 제작 콘텐츠 전반에 밸류체인을 확보한 플랫폼 회사"라며 "에스엠의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IP를 함께 활용한다면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도 "카카오엔터는 다양한 레이블을 보유했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외에도 멜론을 통해 음반·음원 및 음악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며 "에스엠 아티스트들의 음반·음원 유통 시 시장 내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와 에스엠이 아티스트 부문 외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 연구원은 "카카오엔터의 웹툰, 콘텐츠 영역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많을 것"이라고 봤다. 남 연구원도 "팬덤 플랫폼이나 콘텐츠 제작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에스엠에 대해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더이상의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카카오 시가총액 상승분은 약 1조2400억원으로 주가에 에스엠의 총 시가총액의 자회사 지분율이 기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같은 이벤트에 따른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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