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11곳…18%이상 고금리 대출 절반넘는 저축은행수 급증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3.02.0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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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곳→11곳…18%이상 고금리 대출 절반넘는 저축은행수 급증


고금리 기조 속에 저축은행들이 법정최고금리(20%)에 가까운 대출 취급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자연스럽게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규모도 감소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올해도 중금리대출 취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된 대출 가운데 금리가 18% 이상인 비중이 절반을 넘는 저축은행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이런 저축은행의 수는 2021년 12월 4곳에서 지난해 6월 5곳, 11월 7곳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18%가 넘는 고금리 대출 취급 비중을 늘리면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저축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중금리대출 상한선은 16.3%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금리대출 상한선이 17.5%로 높아졌지만, 저축은행들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로 대출 취급을 늘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규모는 1조5083억원으로 3분기(3조1516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민간중금리 대출은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면서 신용점수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이다. 민간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면 금융사들은 일정 인센티브를 받는다.



저축은행들이 금리 18% 이상 대출의 취급을 늘린 데는 급격한 조달비용 상승이 있다. 저축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적금을 여러 사업에 쓰는 만큼, 예금이자가 조달비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해 1월1일 2.37%였던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예금금리는 12월1일 5.53%까지 상승했다가 이날 기준 4.37%로 소폭 줄었다. 한은이 2021년 하반기부터 1년 반 새 기준금리를 3%포인트(p) 높인 영향이다.

문제는 올해도 중금리대출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정점을 찍었던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올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다. 게다가 올해도 기준금리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저축은행들은 자산 확대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최대한 신용이 좋은 차주 위주로만 신규대출을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상 1~2달 전에 확보한 수신을 통해 신규대출을 내주는 만큼 이달까지 나가는 대출은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3월부터는 저축은행의 대출금리가 소폭 내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저축은행들 대부분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릴 계획이 없어 중금리대출 공급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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