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경제와 요란한 사이렌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3.0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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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최보기 북칼럼니스트


비상사태를 알리는 사이렌(Siren)은 매혹적인 노래로 뱃사람들을 죽음의 바다로 이끌었던 그리스 신화 속 마녀에서 유래했다. 2023년 벽두부터 한국 경제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2023년에는 세계경제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중국의 성장률은 중국정부의 통계조작만 없다면 -5%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고, 지난 30여 년 동안 경제체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일본의 성장률은 그보다 더 낮은 -5%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는 1998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5.5%를 기록했을 때, 노숙자가 넘쳐났고 자영업자는 수십만이 도산해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었던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용식 경영경제학 박사)

약 20년 전 재야 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모 경제학자를 필두로 다수 전문가들이 부동산 폭락을 예측하면서 보유 중인 부동산을 처분할 것과 현금을 확보해 기다리라는 예측을 다투어 내놨다. 이들의 주장을 믿었던 사람들은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매입을 미루면서 폭락을 기다렸으나 시장은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여 부동산 폭등이 반복해 일어남으로써 쓰라린 속을 달래야 했다. 당연하지만 폭락을 예측했던 전문가들이 책임을 져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경제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경종은 중요하다. 국민 대다수는 예측되는 경제위기가 현실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원하는 만큼 그들의 경고는 정부가 미리 적당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를 펴낸 최용식 박사 역시 자신의 무서운(?)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경제정책이 적시에 적절하게 집행되면, 아무리 심각한 위기도 그 경제적 타격과 후유증 및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주문한다. 책 제목만 보고 화들짝 놀랐던 가슴이 이 지점에서 다소 안심이 된다.

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우리 경제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첫째는 환율이다. 환율상승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과 경기하강을 부른다. 만약 정부의 환율정책이 역효과를 부르게 되면 끔찍한 재앙이 올 수 있으므로 분석과 예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다. 상대적으로 투자의 안정성이 뛰어난 미국의 금리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하는 정책이 급선무인데 저자가 보기에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적 오판이 없지 않다.


나이 70세에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느리나 꼼꼼하게 실력을 다져온 저자는 한때 대통령의 경제교사로서 활약을 펼치며 경제진단과 시장의 이해에 필요한 지식을 전파해왔다. 『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역시 과거 사례의 세밀한 분석으로 도출한 경제위기 발생 패턴에 현재의 징후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예측되는 위기와 거기에 상응하는 환율, 금리, 주식, 부동산 등 각 분야의 필요한 정책을 제시한다.

‘파국(破局)’이라는 저자의 무시무시한 예측은 반드시 ‘엉터리’로 결론지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3년 민초들의 삶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에 직면하게 되니까. 여야 정치인들이 정략과 권력투쟁을 벗어나 진지하게 정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비단 최용식 박사 아니라도 현재 국제, 국내 곳곳에서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경고하는 적색등과 카나리아의 사이렌이 멈추질 않는다.
▲ 최용식 지음 / 도서출판 새빛▲ 최용식 지음 / 도서출판 새빛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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