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울 택시요금을 시작으로 버스·지하철 요금 줄인상이 예고되면서 만성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2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중앙정부가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전체 4건(민홍철 의원안, 조오섭 의원안, 이은주 의원안, 이헌승 의원안) 계류돼 있다.
논의에 기름을 부은 건 국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무임승차의 연령을 올리는 문제와 적자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를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1년에 수천억원의 적자를 부담하면서 계속 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인식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자에 대한 부담을 중앙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나눌 지, 수십년 전에 정해진 65세 노인(기준)이 맞는지 등 연령상향 문제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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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무게를 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랜 기간 반복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대한 손실을 보전·지원하는 PSO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중앙정부의 적자보전에 찬성하는 측은 해당 제도가 관련 법·시행령에 따라 운영되는 사실상의 국가 정책인데, 지자체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노인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진 것도 석연찮은 과정을 거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984년 5월23일 기존 70세였던 노인 기준을 65세로 내려 노인들이 지하철을 완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개통식에 참여해 "노인은 무료로 승차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하루 만이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 회장이 사위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건의한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인복지법 제26조1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하여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노인복지법 시행령 제19조1항 관련 별표1에서 도시철도 할인률을 100%로 정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 도시철도공사가 부담하고 있는 노인 무인승차 관련 비용은 수천억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2021년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소요된 비용은 연 평균 5432억원에 이른다. 2021년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 2831억원 △부산교통공사 1090억원 △대구도시철공사 459억원 △인천교통공사 240억원 △광주도시철도곳아 64억원 △대전도시철도공사 83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1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당기순손실이 1조1137억원, 2021년 당기순손실은 96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노인의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전면적 무임승차 대신 나이에 따른 할인제를 도입하거나 소득별 할인율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고려해 이 경우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3.5%(2019년 기준)의 3배에 달한다.
다만 노인 연령과 정년을 조정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태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연령을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한국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노인 연령을 3년 또는 5년에 한번 점진적으로 조정해 (생일) 몇달 차이로 큰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그 차제로는 사회 각층의 이견이 크지 않으나 당장 급하게 시행하는 경우 기업과 노인, 청년 등 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점진적으로 높여가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정년까지 일하기 어려운 사람들과의 형평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