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尹대통령 마음 잃은 지 오래"...무슨 일 있었길래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3.02.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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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대통령은 안철수 의원에게 실망한 지 오래됐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은 예전에 잃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권주자인 안 의원과 충돌한 가운데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이같이 전했다. 최근 안 의원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공격과 '윤안(尹安) 연대'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실이 공개 비판에 나서며 수면 위에 오른 갈등이 이미 오래 전 예견됐단 의미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윤핵관·윤안 연대'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오후 예정된 공식일정을 취소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여권은 그가 과거 신영복 교수에 대해 존경의 뜻을 밝힌 점과 언론노조를 지지했단 점 등을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단일화 과정부터 신뢰 무너지기 시작…"安측 약속 파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과 여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갈등은 단일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2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공개 제안한 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측과 물밑협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안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 의원과 단일화 최종합의를 이뤘지만 일방적인 결렬 통보를 받았단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안 의원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사전에 시간과 장소 약속을 했지만 그걸 제가 볼 때는 두 번 정도 안 의원 측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대통령 후보 선거 때는 하루하루가 정말 아까운 시간들이다. 모든 것들을 취소하고 안 의원 전화를 한 이틀 정도를 굉장히 저희가 그냥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여곡절에도 야권 단일화는 대선을 6일 앞둔 지난해 3월3일 극적으로 타결됐는데, '공동정부'를 구상한 만큼 협상 도중의 갈등 상황은 당시 양측 모두 공개를 자제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을 계기로 다시금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 효과 이견…대통령실 "마이너스 효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3월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산림조합 앞에서 공동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3월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산림조합 앞에서 공동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단일화 효과에 대한 양측의 의견 차이도 크다. 윤 대통령 측은 단일화에 따른 득표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본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가 단일화에 합의했을 당시는 4~5%로 선거비용 보전을 할 수 있는 상태(득표율 15% 이상)가 아니었다"며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 후보가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에 3~5%까지 이기고 있었는데 실제 선거 결과 0.7%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며 "여론조사 오차범위 등을 감안해도 안 후보와 단일화가 역효과였단 증거가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이 당시 이재명 후보와도 연합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보수층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며 "도리어 야권이 결집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민주당과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安 인수위원장 당시 갈등…돌연 연락두절에 실망도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 동작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 동작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 시절 당시 갈등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총리직을 안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인수위원장직을 고집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안 의원에게 총리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과학기술부 등 장관 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개각할 때 안 의원에게 장관 또는 총리를 부탁했는데 거절해 (윤 대통령이) 아주 서운해하셨다"며 "추정해보면 장관이 되면 안랩의 주식을 전부 백지신탁을 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총리직을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4월11일 돌연 일정을 취소하고 연락이 두절된 데 대해서도 주변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공직을 너무 가볍게 여긴단 점에서 크게 실망했단 것이다. 당시 안 의원은 1·2차 조각 인선에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점에 불만을 품고 출근을 거부했으나 당일 윤 대통령과의 만찬회동 후 표면적으로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를 취했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게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경기지사 출마도 제안했으나 고사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밝혔다.

"安, 尹대통령에 사사건건 비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각종 계기를 통해 안 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에도 '공동정부' 약속을 한 만큼 신의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안 의원이 각종 현안마다 협조하기는커녕 비토를 놨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친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7·8월 당이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건으로) 혼란스러웠을 때 해외에 나가 유불리를 따졌다" "언론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하라고 요구한 건 국정운영을 발목잡는 행위"라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 의원은 한 번도 윤 대통령을 제대로 도와준 적이 없다. 이상민 장관, 이태원 참사 등 사사건건 내부총질을 거두지 않았다"며 "그런데 '안윤 연대'를 거론하고 '윤핵관'을 공격하니 더는 참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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