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중 공을 다투고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과 해리 케인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사진=뉴시스
손앤풋볼리미티드는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씨(61)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다. 장씨는 2008년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에 갔을 때부터 인연을 맺고 통역·생활지원·언론대응 등을 도와주는 사이였지만 2019년 손흥민과 결별했다.
손흥민은 당시 장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축구만 하면 되고 돈 욕심 없고 하기 싫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11월에 무슨 설명회 자료에 제 얼굴이 들어가고 사업 진행 내용도 있더라"며 "더이상 신뢰관계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손흥민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장씨는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토대로 적법하게 주식을 매도한 것인데 손흥민의 부당한 계약 해지로 손해를 입었다"며 총 27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쟁점은 장씨에게 손흥민에 대한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있는지였다. 구체적으로 장씨가 2019년 손흥민의 계약 해지 통보에 답신으로 보낸 독점 에이전트 계약서(2018년 7월 작성)의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계약서에는 스포츠유나이티드가 손흥민의 광고체결 및 초상권 이용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손흥민은 이와 관련, 이메일을 통해 "제 손으로 그런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도 없고 아빠도 에이전트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도 없는데 그럼 그거 범죄 아닌가요"라고 반박했다.
필적 감정 결과 감정인 2명 가운데 1명은 손흥민의 필적과 일치한다고 판정했지만 다른 감정인은 '3개 부분으로 구분되는 서명의 3분의 1은 진짜와 유사하지만 나머지 3분의 2가 부자연스럽다'며 가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와 계약서 작성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 손흥민의 서명이 모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독점 에이전트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를 토대로 한 계약 해지에 대해 손흥민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외에서 손흥민이 광고 등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금액의 10%를 장씨에게 지급하는 묵시적·암묵적 계약이 존재했음은 인정해 광고 4건에 대한 일부 정산금 지급을 판결했다.
하지만 이런 '업무-보수지급' 형태 외에 장씨에게 '(손흥민의) 광고체결 권한'이나 '손흥민의 초상권을 이용하거나 이용을 허락할 권한'은 없었다고 봤다. A사가 투자설명회에서 '손흥민'과 '토트넘' 등을 언급하며 홍보한 것도 권한 밖의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A사와의 관계가 계속될 경우 손흥민이 자신의 초상권이 상업광고에 과도하게 이용되거나 원하지 않은 연예활동 등에 관여될 수밖에 없고 축구선수로서 운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 충분했다"며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전속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한 2019년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장씨의 손해배상청구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