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1.6조 육박..서울시 "요금인상 불가피"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기성훈 기자 2023.02.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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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임승차의 자격② 오세훈 서울시장 "원인제공자인 정부가 보전해야" 연일 압박

편집자주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무임승차 등으로 서울 지하철에서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적자 보전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국회에선 정부의 관련 적자 보전 법안과 함께 무임승차 기준 연령 상향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65세 인구 14% 이상)에 들어선 한국에서 수입이 없는 어르신들의 이동권과 대중교통 적자 문제 사이의 해법을 찾아본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스1


'1조5800억원'

지난 5년간 지하철(1~8호선) 무임수송으로 서울교통공사가 떠안은 손실 규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들어 "어르신 무임수송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제안해 생겨난 정책인 만큼 일정 부분이라도 손실 보전을 하는게 논리에 맞다"며 기획재정부의 지원을 촉구해왔다. 매년 1조원에 육박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가장 큰 적자 원인이 '무임수송'에 있는 만큼 중앙정부인 기재부가 더는 뒷짐을 지고 있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손실만 3152억..총 적자의 절반
5년간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1.6조 육박..서울시 "요금인상 불가피"
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 당기순손실 추정액인 6300억원 중 무임수송 따른 손실은 3152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2021년은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영향으로 총 적자(9644억원)가 크게 늘며 무임수송 손실(2784억원)이 전체의 30% 가량 정도였지만, 원래대로 비중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당시 총 적자에서 무임수송 손실 비중은 63%에 달했다.



실제로 공사의 무임수송 손실액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7년 3506억원에서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10억원으로 늘어났고 2021년 2784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152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임수송 인원도 마찬가지다. 2007년 2억명을 돌파한 뒤 2018년 2억6100만명, 2019년 2억7400만명으로 늘어났고, 2020년 1억9600만명으로 주춤했다가 2021년 2억600만명, 지난해 2억3300만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수송이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만큼 정부에 손실 보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철도산업발전기본법상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한다'고 명시된 부분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뿐 아니라 모든 운영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코레일 구간에 대해선 무임수송 손실분을 보전하고 있다.

"무임수송 연령 상향 제안, 1500억 손실 축소"
5년간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1.6조 육박..서울시 "요금인상 불가피"
오 시장은 일단 지하철 만성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오는 10일 공청회 등을 거쳐 4월 말까지 지하철 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대중교통비 인상에 대해 '고육지책'이라면서도 "기재부의 재정 지원이 이뤄지면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폭을 조정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정부가 법을 개정해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연령을 높이면 무임승차 손실은 연간 약 1524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오 시장은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100세 시대'가 될 것"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20.6%에서 2035년 30.1%, 2050년 40.1%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는 노인들에게 법령을 통해 부여된 권한으로 지자체가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되기에 국가 차원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사는 이미 △지하철역 이름 옆이나 이름 밑 괄호 안에 인근 기관이나 기업, 학교, 병원 등의 이름을 함께 표기하고 사용료를 받는 '역명 병기' 사업 △역사 출입구 캐노피를 활용한 광고 도입 △공실상가 등 유휴공간 활용 △보유 자산 매각 등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공사 관계자는 "손실을 메우기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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