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고 거품 물었다"…뇌전증 병역 비리, 엄마도 '한패'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3.02.06 11:47
글자크기
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일이었던 이달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병역판정 대상자가 시력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2023년도 첫 병역판정검사일이었던 이달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병역판정 대상자가 시력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위로 뇌전증 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병역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아들의 병역 비리에 가담한 어머니 4명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법무부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병역 브로커 김모씨(38) 등 22명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와 병역면탈자 15명 외에 6명이 공범으로 기소됐다.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공범 중 4명은 병역면탈자들의 어머니로 아들들과 함께 기소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병역면탈자의 어머니 A씨는 뇌전증 진단으로 아들이 병역을 면제 혹은 감면받게 하기 위해 김씨와 공모하고 김씨에게 대가로 93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5월13일 서울 송파구의 아들 B씨 사무실에서 "아이가 쓰러졌는데 의식이 없다"며 "입에 거품이 있고 몸이 굳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에서 20살부터 연간 3~4회 발작했다는 취지로 증상을 설명했고 구급차를 타고 함께 병원에 간 A씨는 목격자 역할을 했다.

B씨는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하지 않은 상세불명의 뇌전증'이라는 병명의 병무용진단서를 받아 같은 달 18일 재신체 검사대상인 7급 판정을 받았다.

또다른 병역면탈자 C씨의 어머니 D씨도 김씨의 지시대로 지난해 10월23일 새벽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아 "C씨가 과거부터 가벼운 발작 증상이 있었다"며 "자정에 컴퓨터를 하던 C씨가 의식을 잃었고 3분 정도 경련을 했다"고 말해 뇌전증 진단서를 받도록 도왔다.


다른 어머니 2명도 아들의 뇌전증 증상을 허위 신고하거나 병역 브로커로부터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받아 아들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병역 브로커 구모씨(47)에 이어 재판에 넘겨진 두번째 '허위 뇌전증' 병역 브로커로 지난달 26일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구씨의 병역면탈 범행을 돕다가 수법을 습득했고 김씨와 구씨가 함께 범행한 정황도 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씨는 허위 뇌전증 병역면탈을 돕는 수법으로 의뢰인들로부터 건당 300만~1억1000만원씩 총 2억661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은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 심리로 다음달 10일 열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