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사고 막고, 비은행 M&A…임종룡號 우리금융 재건 키워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3.0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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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2017.7.18/뉴스1  =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2017.7.18/뉴스1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는 지난 3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선정 후 "조직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직 쇄신'과 '새 기업문화 정착'을 일성으로 제시한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다음달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3년 임기의 우리금융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정통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쳐 2013년 NH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돼 2년간 일했다.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해 2017년 퇴임한 후 야인으로 돌아갔다가 6년 만에 다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오는 셈이다.

회사 안팎에선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시비에도 임 내정자의 금융 전문성과 업무 역량, 특유의 소통 능력 등을 이유로 우리금융의 재도약을 이끌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임 내정자도 취임 후 겹겹이 쌓여 있는 현안과 중장기 과제의 해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핵심 과제로는 조직 쇄신과 함께 우리금융의 재건을 이끌 성장 전략 마련과 이행이 꼽힌다.



민영화 전 오랜 기간 정부 소유 금융회사였던 우리금융은 다른 민간 금융그룹에 비해 유독 내부 파벌 다툼이 심하고 정치권의 인사 개입이 빈번했다.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 출신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CEO 선임 과정이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본부장 인사까지 외부 청탁에 좌우되기도 했다.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당장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능력 위주의 계열사 CEO 및 임원 탕평 인사 여부가 우리금융 재건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정권 차원의 지원과 관치가 작용했다기 보다는 이사회 내 과점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이 적임자를 선택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관치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임 내정자가 외풍이나 내부 청탁에 휘둘리지 않는 인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잇단 금융사고에 따른 고객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대 과제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금융당국 중징계와 연임 포기의 빌미가 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임 내정자가 조직 전반과 업무 프로세스에 메스를 들이대고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란 예상이 그래서 나온다. 잇단 금융사고와 지배구조 이슈에 휘말려 바닥으로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임 내정자의 몫이다.


우리금융의 숙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도 임 내정자 앞에 놓인 주요 과제다. 우리금융이 주요 금융그룹 중 자산과 이익 규모에서 4위권으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증권, 카드, 보험 등 주요 비은행 사업부문의 열세 영향이 크다. 2006년 옛 LG카드(신한카드) 인수합병(M&A) 당시 대주주인 정부 반대로 입찰에 참여하지 못 했고, 2014년엔 핵심 계열사인 옛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을 NH농협에 넘기는 아픔을 맛봤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성사시킨 당사자가 NH농협 회장으로 재직하던 임 내정자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금융과 거시 정책은 물론 금융시장과 금융그룹 사업구조를 잘 아는 임 내정자가 적극적인 M&A로 증권 등 비은행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우리금융은 최근 다올인베스트먼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비은행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임 내정자가 취임 직후 당장 결정해야 할 중대 현안도 있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징계 소송 여부를 결론 내야 한다. 법적 대응 여부는 소송 상대방인 금융당국에도 민감한 이슈여서 대정부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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