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급생에게 끌려가 변기에 머릴 박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발로 차여, 뒤로 밀리기도 했다. 신발엔 압정이, 사물함엔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가해자 근처에 갔다간 지우개나 볼펜, 교과서, 돌과 모래를 맞았다. 화장실에 숨어 있으면 위에서 물을 뿌렸다.
폭행에 그저 속수무책 당했단다. 선생님들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 살아남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A씨는 그제야 가해자들을 처벌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대부분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기간이 끝났단 걸 알게 됐다.

그러니 A씨의 경우, '공소시효'가 대부분 끝났단 거였다. 특수상해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가해자 두 명에 대해서만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국회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는 "학교폭력은 공소시효가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뒤늦게라도 용기낸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가해자에겐 엄중한 책임을, 피해자들에겐 따뜻한 위로와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공소시효' 지났어도…'사회적 처벌'은 가능

법적 공소시효가 사라졌어도, 사회적 처벌은 가능한 시대가 됐다. 유명인과 공인은 물론, 일반인에 대해서도 학교 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배구선수 이재영(28)과 이다영(28)의 교훈도 그랬다. 그들은 학교 폭력 폭로가 나온 뒤, 순식간에 사회적 지위가 추락했다.
졸업했어도, 아무리 시간이 오래 흘러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찾아 폭로할 수 있는 것. 중학교 2학년 때 학교폭력을 당했단 성주훈씨(가명)는 "가해자 이름을 주기적으로 검색한다"며 "얼마나 잘 사는지 지켜본다. 언제든 추락시킬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선순환이 될 수 있단 얘기가 많다.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언젠가 반드시 돌아간단 경고가 될 수 있어서다. 청소년 복지관 관계자는 "힘들어하기만 했던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통로가 커뮤니티나 SNS 등 많아졌다"며 "학폭 가해를 하면 꼬리표처럼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따라다니게 된다"고 했다.
이어 "때린 사람은 잊어도 맞은사람은 기억한다"며 "살아 있는 동안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는 걸, 10대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