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4년 숙원, 지금이 풀 적기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3.02.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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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손뼉은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한 쪽 손바닥으로 열의를 다해 박수를 치려해도 다른 한 손이 의지가 없다면 공허한 헛손질일 뿐이다.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인간사 모든 일이 일방적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바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청구 전산화가 이 헛손질의 대표적인 사례다. 가입자가 진료를 받고 곧바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병원이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등 필요 서류를 온라인 등의 방법으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것이 청구 간소화다.

지금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직접 서류를 떼 팩스나 이메일로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다.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번거로워서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는 한 시민단체의 연구 결과도 있다. 청구 간소화 제도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변한 건 없다. 헛손질만 14년째다. 실손보험 당사자인 가입자와 보험업계, 그리고 관리감독 주체인 금융당국이 나서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함께 호응해 줘야 할 또 다른 주체인 의료계의 반대가 너무 컸다. 보건당국도 미온적인 태도였다.

정부 부처 사이의 이견을 조율해 줄 콘트롤타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조차 이익단체의 입김에 눈을 감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의 드라이브는 그 어느 때보다 고무적이다. 실손보험청구전산화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도 했던 만큼 제도화 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정부 여당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해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계가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2월 임시국회에서 실손보험 전산화 우선 처리까지 예고할 정도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업무보고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진척이 잘 되지 않는 점이 굉장히 송구하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해나가면서 국민이 느끼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실손보험청구전산화를 반대했던 한의업계가 제도 도입 찬성으로 돌아섰다. 실손청구 전산화 도입에 미온적이었던 복지부도 금융당국과 보폭을 같이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기대감을 갖게 할 만큼 분위기는 무르익은 것 같다. 14년 만에 찾은 다시 없는 기회다.

실손보험청구전산화는 보험사에 결코 달갑지 않은 제도다. 청구되지 않았던 보험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도입을 찬성한다. 서류 처리에 드는 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봐서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도 있다. 의료계의 결단만 남았다.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길 바란다. 아니면 입법 과정에서 마냥 끌려다니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우보세]14년 숙원, 지금이 풀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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