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년, 시장신뢰 높이는 원년 만들어야

머니투데이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변호사 2023.02.0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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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지난해 우리은행 등 금융사에서 내부 직원에 의한 거액의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 대표들과 만나 금융사고 방지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외부감사인이 적극 나서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개선과 외부감사를 연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같은 개선이 필요한 곳은 금융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해 일반 기업에서 다수의 횡령사고가 발생하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계양전기(245억원) 아모레퍼시픽(30억원) 클리오(19억원) 롯데(7000만원) 등이 전부 지난해에 발생한 횡령사고들이었고 현대제철에서도 100억원대 횡령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일반 기업이나 금융사를 불문하고 갑자기 직원들의 횡령사고가 눈에 띄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국내 기업의 자체적 내부통제가 선진국 등에 비해 철저하지 못하다는 점이 꼽힌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운영되고 있는지를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상장·비상장을 불문하고 자산규모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이면 모두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선진국의 외부감사보다 우리가 더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내부통제 미흡 및 횡령사고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4년의 코오롱캐피탈 횡령사건(470억원대) 및 국제신문 횡령사건(100억원대), 2013년의 국일방적 횡령사건(200억원대) 등이 외부감사를 통해 적발하지 못했던 사건들의 사례다. 다른 대부분의 횡령사건들 역시 외부감사를 피해 감행된 것들이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외부감사에서도 기업 내부통제 시스템을 평가하고 있음에도 숱한 횡령사고들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외부감사의 내부통제 평가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엄격한 증거를 징구하는 '감사'(Audit)가 아니라 주로 인터뷰 등으로만 진행되는 '검토'(Review) 방식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평가가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외부감사는 재무제표가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뿐 회사의 모든 내부통제의 옳고 그름을 훑는 절차가 아니라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그간에는 횡령사고의 피해기업이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수십년간의 직원 횡령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18년 외부감사법이 전면개정돼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평가절차는 '검토'에서 '감사'로 강화됐다. 이에 2019년부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감사절차에 의한 내부회계 관리제도 평가도 확산되고 있다. 횡령사고 증가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에 따라 제도도 그만큼 강화된 영향이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인들이 불시에 감사대상 회사를 방문해 예금 잔액을 점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금감원에서도 외부감사과정에서 발견된 횡령을 포함한 부정행위 사례를 공표한 바 있다. 제도와 관행이 한층 더 강화된 셈이다. 2023년 계묘년은 기업 내부통제와 회계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대폭 높아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충훈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시장)이충훈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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