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업계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사례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차익만을 얻고 떠날 수 있고, 주주제안을 따른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KGC인삼공사 인적분할상장 및 리브랜딩 △사외이사 추가 증원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 등을 요구하고 있고, FCP는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주당 2만원의 주주환원과 분기배당 △자사주 소각 △분기 말 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 △평가보상위원회를 정관에 명문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세부 사항은 차이가 있으나 같은 방향이다.
KT&G는 지난달 26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KGC한국인삼공사를 인적분할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KT&G 측은 인적분할을 통한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KGC인삼공사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6배로, 저평가받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시 농가 협업 노하우, 면세점 공동 교섭력, 해외 네트워크 활용 부분 등 양사 시너지와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분할과 상장 과정에서 주주들이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합산 시가총액이 기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KT&G는 내년 자사주 매입에 3000억원, 배당금 지급에 5900억원 등 9000억원 가량을 주주환원에 쓸 예정이다. 연내 반기 배당도 실시한다. 올해 주당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인상된 5000원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KT&G가 서로 팽팽하게 맞서자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서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KT&G의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 13곳 중 인적분할을 발표한 이사회 결의일 다음 날에 주가가 오른 곳은 코오롱글로벌 단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곳의 경우 인적분할을 발표한 직후 5% 안팎 주가가 하락했다. 2017년 이후 인적분할 사례들을 살펴보면 인적분할 재상장 후 3개월 주가 상승기업은 37%, 하락기업은 63%에 달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부가 분할될 경우 높은 멀티플이 적용되 분할 후 합산 시가총액이 늘어난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실제 인적분할 재상장 이후 합산 시가총액이 상승한 비율은 낮았다"며 "인적분할이 주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사용되는데, 지주회사의 멀티플 하락 폭이 사업회사에 대한 멀티플 상승 폭 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제고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지배구조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해당 행동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