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라더니…" '3배 곱버스' 산 서학개미, 5000억 물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2.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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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라더니…" '3배 곱버스' 산 서학개미, 5000억 물렸다


"경기침체라더니 주가는 왜 오르죠?"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지수와 반대로 3배 움직이는 '곱버스'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이 예상과는 다른 상황 전개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연초부터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곱버스 상품은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



증권가에서도 기존의 상저하고(상반기 증시 부진, 하반기 반등) 전망을 상고하저로 바꾸면서 당분간 곱버스 상품의 손실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한 달 간(1월2일~2월3일) 개인 투자자들이 2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상장지수펀드)다.



일명 'SOXS'로 불리는 이 상품은 미국의 대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ICE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에 반대로 3배 만큼 추종한다.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SOXS를 1억5409만달러(19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나스닥 지수에 반대로 3배 움직이는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PROSHARES ULTRAPRO SHORT QQQ) 역시 같은 기간 3번째로 많은 1억2915만달러(16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SOXS와 SQQQ를 합하면 주가 상승에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에 한 달 간 총 3500억원을 투자한 셈이다.

개미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한 이유는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감소, 실업률 상승 등 경기침체 위기가 고조됐다. IMF 등 주요 기관들 역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했다.


미국 증시에 대한 월가의 전망도 상저하고였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상반기에는 증시가 위축되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하반기에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연초부터 증시는 강하게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닥지수의 올해 1월 상승률은 10.68%로 2001년1월 이후 1월 수익률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지난 2일까지 상승률은 14.72%로 전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았다.

지수와 반대로 3배 움직이는 상품의 수익률은 이 기간 반토막 났다. SOXS 주가는 지난 3일 20.02달러에 마감해 지난달 3일 40.89달러 대비 51% 하락했다. SQQQ 역시 37.1% 떨어졌다.

기초지수가 저점을 형성했던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손실은 더 심각하다. SOXS와 SQQQ는 지난해 10월13일 고점 대비 각각 77.65%, 50.15% 조정받았다. 이 기간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규모는 SOXS 3억3993억달러(4250억원), SQQQ 7270만달러(910억원)로 총 516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상반기에 강세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낙관은 상반기, 내년 걱정은 하반기에 반영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면서 위험자산 가격의 반등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강세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증시 불확실성을 키웠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최근 6.5%로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의 강력한 금리 인상이 서서히 효과를 본 덕분이다. 여기에 PMI(구매관리자지수) 등 주요 경기 선행지표들이 경기침체를 나타내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경기가 우려와는 달리 연착륙 할 수 있다는 전망도 기대감을 키운다. 김 연구원은 "보통은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위축이 발생하고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다"며 "하지만 지금은 공급망 차질 등이 해소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다보니 통화긴축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와는 다르게 통화긴축 강화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주가 반등이 당분간 이어진다면 하반기 증시가 다시 조정을 받더라도 3배 곱버스 상품은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변동성에 의해 오래 보유할수록 손실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곱버스 상품이 장기 우하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이 커진다고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 전략은 오히려 더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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