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후 장기적출"…中15세 죽음, 경찰 안 믿는 사람들[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02.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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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 경찰은 자살 결론…
석연찮은 이유, 대중은 장기적출 희생자로 의심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실종 전 CCTV에 찍힌 후신위 마지막 모습/사진=바이두실종 전 CCTV에 찍힌 후신위 마지막 모습/사진=바이두


지난해 10월14일 장시성 상라오시 한 중학교 1학년 남학생 후신위(15)가 실종됐다. 외부인과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기숙학교였다. 그날 오후 5시49분 기숙사 입구 CCTV에 그 학생이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그가 남긴 행적의 마지막이었다.



이 자체는 뉴스거리도 되지 못했다. 14억 인구 대국에서 실종 사건이 어디 이뿐이랴. 그런데 한 달 뒤부터 이 사건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가출인지, 납치인지, 실오라기만큼의 단서조차 없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내 누군가로부터 납치 또는 살해, 단순 가출, 교내 폭력 내지 왕따로 인한 자살까지 온갖 얘기들이 난무했다.

실종 106일째인 1월28일 학교로부터 고작 450m 떨어진 한 곡물창고 주변에서 후신위 시체가 발견됐다. 장시성 경찰은 2월2일 후신위 사건을 자살로 결론 내렸다. 성, 시, 현 공안기관이 총출동해 내린 결론이었다. 합동수사반은 후신위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중국이 들끓었다. 이날 최대 포털 바이두 가장 많이 본 뉴스는 온통 후신위 관련이었다. 기사들마다 '수사 당국의 결론을 믿자'는, 마치 캠페인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관변 티가 역력한 댓글은 중국인 다수가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지독한 역설이다.

중국인들은 왜 후신위 죽음에 이토록 촉각을 곤두세웠을까. 왜 경찰을 믿지 않을까. 이유는 많다.

우선 자살할 표면적 이유가 뚜렷하게 없다. 후신위는 지난해 9월 입학했다. 학기마다 1500위안(약 27만원) 장학금이 예정돼 있을 정도의 우등생이었다.


그런데 경찰은 후신위가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수면 부족과 집중력 저하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애원하는가 하면 녹음기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녹음을 남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3개월간 경찰과 민간 구조대만 5000명 넘게 투입돼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경찰 설명에 따르자면 곡물창고 주변에서 목을 맨 시신을 아무도 못 봤다. 창고 노동자가 닭 모이를 주러 갔다가 개 짖는 소리를 따라갔더니 시신이 있었더랬다. 이게 말이 되려면 이 노동자는 개와 함께 3개월 동안 한 번도 창고 주변에 가지 않았어야 했다.

2일 포털 가장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후신위 사건이 도배를 한 모습. 중국인들이 후신위가 장기적출 희생자라고 강하게 의심하는 증거다/사진=바이두 캡처2일 포털 가장 많이 본 뉴스 상위권을 후신위 사건이 도배를 한 모습. 중국인들이 후신위가 장기적출 희생자라고 강하게 의심하는 증거다/사진=바이두 캡처
신발 끈으로 목을 맸다는 것도 그렇다. 체중이 50kg 넘는 소년이 기껏 운동화 끈에 매달렸다는 데 대중들은 미심쩍어했다. 경찰도 이 부분을 의식했는지 소년이 사용한 운동화 끈 길이가 147cm에 너비 0.8cm, 최대 하중이 85㎏이었다는 실험 결과까지 소개했다. 또 죽은 뒤에는 사체 수분이 빠져나가 가벼워지면서 나무에 매달린 채로 오래 있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후신위 사건을 놓고 많은 사람들은 자살이 아닌 장기적출 목적의 타살이라고 믿는다. 후신위가 사라졌을 무렵인 10~11월 중국 여기저기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연달아 실종된 게 믿음의 정황 증거다. 그 시기 8세부터 17세 사이 21명 소년 소녀들이 사라졌다.

우한에서 11월12일 실종된 14살 소년은 아침에 공동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사라졌다. 집으로부터 11km 떨어진 양쯔강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유족에게 소년의 신발을 증거라고 보여줬다. 그러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소년 아버지의 말이 언론을 타면서 사람들은 납치 후 장기적출을 확신했다.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위해 아동 납치가 빈번하다는 소문을 그저 '소문'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 이식 개발 보고서(2019)를 보면 중국에서 장기 기증자로 등록된 사람은 5818명인 데 반해 이식 수술 건수는 2만6121건이었다.

기증들이 자기 의지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세계 인권, 의료 단체들은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한다. 사형수 장기가 대량 동원됐다는 의혹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형 집행 과정에 외과 의사들이 참여하는데, 죄수가 죽자마자 장기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죽음에 직간접 관여한다는 의심과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중국에서 18세 미만 기증은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11일 우한의 한 병원에서 4, 11,12세 어린이 3명이 동시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도대체 이 심장들은 어디서 나왔을까.

중국은 장기이식에 있어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인정받는다.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장기이식 수입에 거리낌이 없다. 올 1월29일 내몽고자치구는 장기이식 전문 공공병원 설립에 관한 통지를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병원 설립 이유로 "인간 장기이식을 위한 자원 할당을 더욱 최적화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상하이 한 장기이식 기업은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하려다 비난만 받고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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