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연임까지 '가시밭길'…국민연금과 '표 대결' 승산은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3.02.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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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선진화④

편집자주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해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KT와 포스코 등이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은 모두 물갈이됐다. 이른바 '셀프연임', '황제경영'을 뿌리뽑는다는 게 명분이다. 과거 '낙하산' 인사와 결이 다르지만 정부가 민간회사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도 한창이다.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3.1.2/사진제공-뉴스1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3.1.2/사진제공-뉴스1


오는 3월 하순 KT (34,500원 ▲400 +1.17%) 주주총회까지 40여일은 구현모 대표에게 운명의 시간이다. 이사회가 그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정부·여당은 절차적 불공정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KT는 정부 기조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행보로 여권 내 비판적 기류를 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표정이다. 구 대표도 국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해외 출장도 소화하는 등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오는 9일 열리는 기관투자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의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ion Day)'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같은 날 오전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데, 예년과 달리 실적 관련 자세한 내용을 시장에 소개하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은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사태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한 만큼, 구 대표가 직접 자본시장 핵심 인사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코퍼레이트 데이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연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구 대표로서는 '기댈 곳은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기댈 곳은 시장…국내외 투자자 공략하는 KT 구현모
구 대표는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MWC) 2023'에도 참석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멤버인 그는 오는 28일 기조연설도 맡을 예정이다.



MWC를 전후한 구 대표의 글로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KT는 외국인 지분이 43.1%(이하 작년 3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만큼, 구 대표로서는 주총을 앞두고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불가피하다. 자신의 연임을 둘러싼 표 대결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밖에 '국익'을 강조하는 KT의 최근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KT는 지난달 26일 몽골 정부와 '광물자원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희토류를 포함한 몽골 광물 자원의 국내 수급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구 대표의 신년사 일성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KT그룹이 되자"였다.

지난달 12일에는 이강철 KT 사외이사가 1년 이상의 잔여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정무특보를 지낸 대표적 '친노' 인사다. 현 여권이 불편하게 여겼고, 이에 이 이사가 회사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국익' 강조하는 KT…주총 표 대결, 전망은?
KT 구현모, 연임까지 '가시밭길'…국민연금과 '표 대결' 승산은
KT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구 대표 연임에 부정적인 최대주주 국민연금(10.74%)의 입장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최근 횡령, 비자금, 뇌물, 불완전판매, 서비스 장애 등 부정행위에도 CEO가 직위를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직접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주총에서 구 대표의 연임 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구 대표 재임 기간 주식교환으로 KT 지분을 취득한 현대차 ·현대모비스(7.79%)와 신한은행(5.58%)은 당초 우호지분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들 역시 여권의 의지를 드러내놓고 거스르기는 난감하다.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찬반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 3년 간 주가 부양 성과로 인해 시장의 구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5년 전 KT&G 주주총회에서는 당시 백복인 사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 국민연금(9.09%)이 '중립', 2대 주주 IBK기업은행(6.93%)은 '반대' 표를 던졌음에도, 외국인 주주들의 무더기 찬성표로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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