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손을 잡고 싶어요." 박도하(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의 '우리집' 무대에 남긴 마스터 립제이의 코멘트는 이번 시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박도하의 무대는 최하위 등급(0스타)을 받았다. 음이탈이 메인 재료처럼 쓰이고, 움직임은 고장난 로봇처럼 삐그덕대던 그는 기본기가 전혀 없었다. '프로듀스'였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호되게 혼났을 무대다. 하지만 박도하를 향해 마스터들은 미소를 짓는다. 심지어 같은 곡으로 0스타를 받은 정민규(캐빈74) 연습생과 콜라보 무대까지 마련해준다. 이처럼 '보이즈 플래닛'의 분위기는 편하게 흘러간다. 그만큼 '보이즈 플래닛'의 참가자들은 이전 여자 시즌 참가자들에 비해 긴장하지 않는다. 평가 역시 대체로 무거웠던 직전 시즌과 달리, '보이즈 플래닛'에선 형편없는 실력일지라도 스튜디오 내에 종종 웃음이 터져 나온다.

화제의 인물을 통해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 인물을 부각시킨다. 성한빈(스튜디오 글라이드)의 수준급 무대를 보여주기 전에 석매튜(MNH엔터테인먼트)와의 눈물 어린 우정기를 먼저 공개하고, 박도하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비중을 차지한 것은 상징적이다. "숨 쉬듯이 원하는 존재"들은 본격적인 경쟁을 치르기도 전에 서사나 캐릭터성이 먼저 부각된다. 그리고 이것은 '프로듀스' 시리즈 때와 전개가 같다. 매서운 눈으로 "가수가 하고 싶어?"라며 독설에 가까운 평가를 실력으로 극복해던 여자 연습생들에 비해, '병아리 연습생' 같은 애칭을 붙여 매력에 주목했던 Mnet 오디션의 과거 복선이다.

'보이즈 플래닛'은 '누가 '덕후 몰이'를 할 상인가?'라는 기저가 깔린 '인기'를 모을 만한 연습생을 선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력은 부차적이다. 박건욱(젤리피쉬), 한유진(위에화), 김규빈(위에화) 하루토(웨이크원), 제이(FM엔터테인먼트) 같은 실력자들이 올스타를 받으며 마스터들의 칭찬 세례를 받았지만, 방송이 끝나고 화제를 모은 쪽은 박도하나 아직 무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눈물 겨운 사연'을 예고한 후이(큐브엔터테인먼트) 쪽이다.
'보이즈 플래닛'의 랩 마스터 pH-1은 제작발표회에서 "잠재력 많은 친구들이 많다. 다양한 드라마와 서사도 있다. 성장 드라마가 이번 쇼를 즐겁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주목해야 할 것은 '서사' '성장 드라마' '쇼'라는 단어들이다. 고로 '소년들의 서사에 투표하세요'가 되겠다. 그러나 이 뻔한 전개는 아이오아이보다 워너원의 파급력이 더 컸던 궤적처럼, 언제나처럼 '먹혀 드는' Mnet의 필승법이다. '프로듀스'에서 이름만 바뀐 '보이즈 플래닛'. '그럼에도'라는 말과 동시에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보장된 성공이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