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애들도 부끄러워했는데"…50년 만의 수변감성도시 변신에 감격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3.02.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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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도 67.5%…서울시 하천과 어우러진 단지로 개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쌍문동 724번지 일대'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 /사진제공=서울시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쌍문동 724번지 일대'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 /사진제공=서울시


"25년 넘게 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도봉구 쌍문동 724번지 일대 재건축 신속통합(신통)기획 주민설명회에서 만난 정의영씨(67)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1996년 이 지역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그는 "이사했을 때부터 집이 낡았던 상태라 지금은 출가한 자녀들도 어릴 적 친구를 데려오기 싫다고 했었다"며 "그동안 재개발이 여러 번 좌초돼 실망감이 컸는데 조감도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통기획'은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공공이 각종 절차를 지원해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제도다.



1960년대 이주민들 모여든 동네..불법주차·안전문제 심각
1981년 준공돼 낡아 있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백조아파트 모습 /사진제공=서울시1981년 준공돼 낡아 있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백조아파트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쌍문동 724번지의 경우 1960년대 서울로 이주한 난민·영세민 등이 모여 주거지가 형성된 대표적 지역이다. 당시 불법 주택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이뤄졌지만, 재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며 건물 노후도가 67.5%에 달하고 불법 주차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 동네에 약 13년간 거주했다는 김진춘씨(64)는 "이 곳 아파트 일부 동에는 약 1cm 정도의 균열이 난 곳도 있다"며 "안전 등이 당연히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주거지로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하철 4호선인 수유역과 쌍문역이 인근에 있고, 강북중학교 등 통학권도 확보돼있다. 인근에 우이천이 흐르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자연을 품은 주거단지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수변감성도시'로 재탄생…25층 300세대 단지로
도봉구 쌍문동 우이천 일대 /사진제공=서울시도봉구 쌍문동 우이천 일대 /사진제공=서울시
이번 프로젝트의 신통기획가(MP)로 참여한 김정곤 건국대 교수는 "이 지역을 '서울형 수변감성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만들 것"이라며 "적막한 주거환경에 물이라는 조경 요소를 끌어들여 주민들이 쉬고 산책도 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기도 한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는 서울 전역에 흐르는 실개천·소하천 등 수변을 중심으로 도시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시는 우이천변을 따라 형성된 3m 높이의 옹벽을 계단형태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주민들이 우이천에 가기 위해선 옹벽을 한참 돌아서 가야 하는데,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하천을 만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광장 형태의 수변공간과 자전거도로 등을 만들어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로공간 사이사이에 녹지공간과 카페, 상가, 주민 커뮤니티 등을 조성해 주민들간 교류도 활성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단지 내에는 우이천로와 우이천을 연결하는 통경축(조망권)을 확보해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는 방침이다.
쌍문동 724번지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쌍문동 724번지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시는 특히 용도지역을 기존 '2종 7층'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해 현재 179명이 거주하는 동네를 최고 층수 25층에 약 301세대 규모의 단지로 바꾼다. 2차선에 각각 4m씩 차도만 있던 쌍한교는 그동안 안전문제가 거론됐던 만큼 보행공간을 새롭게 설치한다. 주변에 중층형 아파트와 저층 주거지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쪽으로는 9~10층의 중층형 동을 배치하고, 우이천과 가까운 동은 25층의 고층형 동을 건립한다.


이날 설명회에는 정씨와 김씨 외에도 8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인 만큼 대부분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길 원하는 분위기였다. 정씨는 "우이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했는데 접근성이 높아진다니 기대가 크다"며 "관계기관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잘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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