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외교·경제 방향전환 '아직까진 성공적'[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2023.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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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정치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갈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만,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지난 1월 10일 장문의 분석기사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그간 강경일변도였던 중국정부가 외교, 경제의 정책기조를 변경하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분석 기사를 요약 소개합니다.

(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리야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8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전략을 황급히 폐기한 대가를 비싸게 치르고 있다. 공식 사망자 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지만 학자에서 오페라 가수까지, 급격히 늘어난 연로한 유명인사들의 부고는 코로나19가 건강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병원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진통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시아 전역에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과정에서 감염자 폭증으로 100만 명 정도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비공식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은 마오쩌둥 이래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시진핑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선전기관들로 하여금 국가정책들을 어떻게 선전해야 할지 난감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들은 지난 2년간 서방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을 들어 중국 국가 운영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증거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이런 대혼란 뒤에 매우 근본적인 전환이 시진핑의 외교 및 경제 정책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악화된 대외관계와 큰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와는 '거리두기' 유럽엔 '러브콜'
시진핑의 외교 정책 전환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과연 이로운지에 대한 재평가로 시작된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전쟁 후엔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세계 무대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공개적으로는 양국간의 우호를 표방하고 있지만 몇몇 중국 관계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푸틴에 대해 어느 정도 불신을 토로한다.


사안에 정통한 5명의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9개월 동안 파이낸셜타임스와 나눈 대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에 중국에 자국의 의도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는 중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디커플링은 없다"는 주문(呪文)을 반복하길 요청하고 있다. 이는 특히 민감한 기술 부문에서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제한하려는 미국과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자신이 너무 많은 나라들을 동시에 적으로 돌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아직도 중국의 주요한 무역, 경제 상대국인 선진국들을 적으로 돌렸죠." 홍콩침례대학의 중국 전문가인 장피에르 카베스탕의 관찰이다.

"그래서 중국은 유럽연합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주요 유럽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고 일본, 한국 같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그리고 베트남 같은 미국의 파트너국에도 우호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유럽과의 외교관계 복원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상당한 결과를 낳는 듯 보인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의 방중에 이어 올해 초에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방중이 예정돼 있다.

마크롱은 숄츠와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중국의 오랜 전략에 힘을 보탤 것이다.

코로나 봉쇄 해제하듯 경기침체도 탈출?
중국이 의도한 외교관계 복원이 세계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중국 정부에게 훨씬 중요한 것은 어떤 전략으로 국내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느냐다. 중국은 자국의 성장 촉진 전략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데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금방 벗어나리라는 입증되지 않은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중앙재경위원회(中央財經委員會) 고위 관료 한원슈(韓文秀)는 지난 12월, 2023년 1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의 피해를 입겠지만 2분기에 접어들면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겐 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신념과 조건, 그리고 충분한 저력이 있습니다." 한원슈의 말이다.

시진핑이 바로 중앙재경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에 한원슈의 발언에는 더 큰 무게가 실린다.

소비 진작 문제는 지난 12월 중순에 열렸던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주된 논의사항이기도 했다. 당시 회의는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한) 20차 당대회 직후에 열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진핑 정부가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로 평가받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산층의 규모를 대폭 늘림으로써 장기적으로 '공동부유'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혼란이 끝나면서 단기적으로 '해방감에 따른 보복 소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튜스아시아펀드의 투자전략가인 앤디 로스먼은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면 그동안 가계부문에서 안 쓰고 뒀던 엄청난 돈들이 폭발적 소비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 가계부문의 은행 잔고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이후 42%, 액수로는 4조8000달러(약 5925조 원) 증가한 점을 지적했는데 이는 영국의 1년 GDP보다 훨씬 큰 액수다.

로스먼은 중국정부가 최근 몇 년간의 국가주의적 방황을 마치고 "실용주의"로 복귀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1인당 소득 증대"와 "사기업 활동을 더욱 보장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가 곧 활력을 회복하리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듯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홍콩의 항셍지수는 작년 10월에 바닥을 친 후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푸는 과정에서 보인 혼란을 지적하며 경제전망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 글은 국제시사·문예 버티컬 PADO의 '중국의 경기침체·외교고립을 벗어나려는 시진핑'을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독자 여러분이 급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올라타도록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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