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융당국에 "플랫폼 수수료 과도하다" 건의 예정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3.02.0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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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금융당국에 "플랫폼 수수료 과도하다" 건의 예정


저축은행업계가 금융위원회에 토스·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사가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전달한다. 플랫폼사들이 은행과 저축은행 간 수수료율을 4배 이상 차등한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플랫폼사들은 인위적으로 수수료율을 하향 조정하면 중소형 플랫폼사의 영업이 어려워져 오히려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저축은행 업계는 오는 7일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금융위는 최근 논란이 된 저축은행과 플랫폼사 간 수수료율 부과 문제, 5월 구축 예정인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에 관한 업계 의견을 듣는다.

저축은행업계는 간담회 자리에서 플랫폼사가 저축은행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플랫폼사들은 구축된 시스템에 의해 고객을 모집한다. 그런데 은행에는 평균 0.5% 이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반면, 저축은행들엔 1.5% 가량의 수수료율을 책정한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사들은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을 고객에 소개해주고 대출이 이뤄지면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등 업황이 어려워지자 저축은행들은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인 예금금리(1년 만기 기준)는 이날 평균 4.58%로 집계됐다. 올 1월1일(5.37%)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2월2일(2.43%)보다는 여전히 2배 가까이 높다. 가뜩이나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마진이 줄어드는데 플랫폼에 수수료까지 내다보니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에 비해 오프라인 점포수가 적은 저축은행들은 대출 모집 과정에서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출장소를 포함한 저축은행 점포수는 287개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점포수(2891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대출모집인 수도 2021년말 2960명에서 지난해말 2210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일부는 신규 취급 대출 절반 이상이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들은 플랫폼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핀테크산업협회와 관련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저축은행 내부에서는 플랫폼사별로 수수료율을 따져 합리적으로 판단한 곳에만 입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플랫폼사들은 은행과의 수수료율 차이는 시장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라 반박한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출 모집 채널을 보유한 은행을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저축은행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저축은행들도 기존 오프라인 모집인보다 1%포인트(p) 가량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돼 많은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플랫폼사들은 인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면 오히려 저축은행들이 우려하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플랫폼사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율 체계에서도 플랫폼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크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면 중소형 플랫폼사는 앞으로 서비스를 더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플랫폼사들이 사업을 접고 대형 플랫폼사만 남으면 기존 금융권이 우려하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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