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와 반도체 편먹기...미중 줄다리기 속 위기의 韓반도체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3.02.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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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G20 정상회담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로이터,뉴스1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담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로이터,뉴스1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과 네덜란드에 이어 이번엔 인도와 새로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 승리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세계 각국을 엮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면서 한국은 더욱 복잡한 처지에 놓였다.

1일(현지시간) 미국과 인도가 국방과 IT(정보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핵심 첨단기술 구상'(iCET)를 체결했다. iCET는 첨단 무기 공동 개발에 더해 반도체 협력을 골자로 한다. 이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인도전자반도체협회(ISEA)는 양국 반도체 생태계 협력을 촉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TF는 기술 인력 공유와 R&D(연구개발)·반도체 설계와 제조 생태계간의 협력을 모색한다.



미국이 인도와 손을 잡은 것은 중국 견제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해온 미국으로서도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만큼 이를 대체할 나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인력난에 시달려온 만큼 인도의 기술 인재를 흡수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첨단 기술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인도로서도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최근 인도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인 것도 협력의 원인으로 작용했단 시각도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부담은 커졌다. 미국-인도간 반도체 협력은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과 한국에 치중된 반도체 공급을 다변화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가 미국이 시행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것 역시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규제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기업에 더해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톱 5' 반도체 장비 기업 모두 중국에 첨단 장비를 공급할 수 없다.

미국은 대중 견제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연합 전선에 합류하라고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해 올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고립 전선에 가담한 만큼 한국 역시 마냥 빠져나가긴 어려운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미국, 대만, 일본, 한국)동맹에 동참하라고 적극 요구해왔다. 한국 정부는 칩4 예비 회의에 참석하면서도 중국과도 뭍밑으로 상호 소통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반도체 업계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 실리를 중점으로 두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미국의 기술과 장비 등이 필수적이고,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경쟁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안보와 정치 이슈 차원으로 번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 본다"며 "한국 정부가 중간에서 수혜는 키우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레버리지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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