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는 지난해 8월 현 정부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선정했다. 혁신 의약품·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고, 국산 품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완화해 산업 활성화를 돕는 한편,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망보상금 대상 확대와 해외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 등 민생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이날 식약처는 현재까지 완료된 16개 의약분야 과제 등 대표 추진성과를 소개했다. 혁신의료기기 지정 대상 확대와 △코로나19 mRNA 백신·치료제 개발 신속 임상지원 플랫폼 마련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신설 △체외진단기기 임상 성능시험 신청자료 간소화 등 신속한 제품화를 위한 성과들이 대표적이다. 또 허가제한 혈장 분획제제 허가 개선과 자가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휴대 출입국 허용, 제약사 원료혈장 수입절차 개선 등도 완료돼 신약개발 및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이 기대된다.

업계 역시 제도 개선 성과에 공감하고 있다. 녹십자 개발본부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서 "세계보건기구(WHO) 혈액원칙에 따라 그동안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입대행을 요청해 원료혈장을 공수받았지만, 원료혈장 수입절차 개선으로 직접수입 할 수 있게 돼 주도적 관리와 효율적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향후 규제혁신 지속 및 고도화를 위해 현장체감형 과제를 추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선정된 4개 분야에 '업무방식의 디지털전환'과 '수출 규제지원' 등 2개 분야 과제를 추가 발굴해 '규제혁신 2.0'(가칭)으로 고도화 한다는 목표다. 식약처는 규제혁신 2.0을 위해 2~3월 각 분야별 협회·단체로부터 과제를 제안받고, 3~5월 토론을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오는 6월 개선방향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규제혁신 2.0은 지난해 미처 반영하지 못한 과제들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겠다는 취지"라며 "진행 중인 과제에 대해서도 적극행정, 법령정비, 행정조치 등 개선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선 각계 의견 청취도 이뤄졌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제도 개선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특히 전문적인 의약분야 규제라는 점에서 직접적 혜택을 입는 소비자의 이해도가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제도 효과 제고를 위해 소비자 역량 강화를 위한 기초 교육프로그램 등의 마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장백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분산형 임상시험(DCT)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는 관련 규제 등에 수행이 어려워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른 국가에서 임상을 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국내 역량 자체는 충분한 만큼 범정부과제 차원의 추진을 통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