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 삭감…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수입차 업체 '볼멘 소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정한결 기자, 이강준 기자 2023.02.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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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0% 삭감…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수입차 업체 '볼멘 소리'


전기차 보조금 지침이 공개되자 수입차 업체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조건이 유리하게 설정돼 보조금을 최대한도까지 수령할 수 있는 반면 수입차 업체의 경우 최대 20%까지 보조금이 삭감될 수 있어서다.



환경부는 2일 '2023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확정·공개하고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홈페이지)에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가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정비이력 전산관리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사후관리체계 1등급'으로 보조금이 100% 지급된다.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전산시스템이 존재하면 2등급으로 90%, 직영이든 협력이든 서비스센터는 있는데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3등급으로 80%가 지급된다.



직영 서비스센터 요건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침의 중요 쟁점이었다. 환경부는 직영 서비스센터가 없는 수입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50%까지 삭감하는 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테슬라를 제외한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모두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달 10일 수입차가 딜러사 서비스센터까지 요건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가 이를 뒤집고 발표를 이날까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 서비스센터 요건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이 조건대로라면 대다수 수입 전기차의 경우 최소 10%의 보조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환경부는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정비인력을 교육하면 직영서비스센터로 보겠다고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정비인력 교육실적 등을 제출해야 한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직영 서비스센터 유무로 보조금을 50% 차등하겠다는 계획이 완화된 것은 맞지만 수입차 업체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쓰는 것인데 산업의 다양성을 해치는 보조금 정책이 나왔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V2L(전기차가 외부 전자제품에 교류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에 2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지침은 사실상 현대차·기아를 위한 조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V2L이 적용된 전기차는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유일하다. 폴스타3와 토요타 BZ4X, 볼보 EX90 등도 V2L 기술이 적용돼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3년 내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 설치' 요건의 경우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테슬라와 BMW 정도만이 충족한다.

한편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이날 보조금 개편 지침에 대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에 대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번 개정으로 전기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고 또한 다양한 제품 선택의 기회를 누려야 할 소비자 편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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