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7·9·11월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이후 12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보폭을 또 줄였다.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pace) 결정시"라는 문구가 "금리인상 정도(extent) 결정시"로 바뀌는 등 변화가 감지됐다.
시장은 이번 감속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동을 끄기 전 속도를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정책결정문은 중립적이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비둘기파적(dovish)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금리 동결 등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채 금리도 상당폭 하락한데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머무르는 등 시장 전반의 불안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피력한 위원은 2명 뿐이다. 기준금리 0.25%p 인상에 찬성했던 4명 위원 중 3명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하며 침체 우려가 짙어진 것도 금리 인상 중단 근거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와 수출 부진에 2년 6개월 만에 0.4% 역성장을 기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한두차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팬데믹(대유행)과 전쟁 등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소들은 현재 많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해 준의 기준금리가 5% 수준까지 최대 한 차례 정도 인상된 이후 연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번달 회의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이후 물가가 한은 예상대로 둔화하는 게 보인다면 3.75%까지 추가 인상할 근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오는 2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된다면 2000년 10월(1.5%) 이후 미국과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을 유지하게 된다. 향후 연준이 당초 제시됐던 올해 금리 전망치인 5~5.25%까지 끌어올린다면 현재 한은이 최종금리 수준을 3.50~3.75%로 제시한 상황에서 최대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한미간 금리차가 재차 확대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고 있는데다, 직전달(5%)보다 0.2%포인트 반등했다. 올해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