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물가 둔화' 언급… 한은, 2월 금통위 동결하나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02.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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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달말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한숨 돌릴 여유를 주지만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1.25%p)가 1%p 이상 벌어진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국내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를 기록한 것도 부담이다.



연준은 2일 새벽(한국 시간)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p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7·9·11월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이후 12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보폭을 또 줄였다.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고 "향후 금리인상 속도(pace) 결정시"라는 문구가 "금리인상 정도(extent) 결정시"로 바뀌는 등 변화가 감지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지난해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통상적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번 감속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동을 끄기 전 속도를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주요 투자은행들이 정책결정문은 중립적이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비둘기파적(dovish)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금리 동결 등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채 금리도 상당폭 하락한데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에서 머무르는 등 시장 전반의 불안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피력한 위원은 2명 뿐이다. 기준금리 0.25%p 인상에 찬성했던 4명 위원 중 3명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하며 침체 우려가 짙어진 것도 금리 인상 중단 근거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와 수출 부진에 2년 6개월 만에 0.4% 역성장을 기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한두차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팬데믹(대유행)과 전쟁 등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소들은 현재 많이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해 준의 기준금리가 5% 수준까지 최대 한 차례 정도 인상된 이후 연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번달 회의부터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이후 물가가 한은 예상대로 둔화하는 게 보인다면 3.75%까지 추가 인상할 근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오는 2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된다면 2000년 10월(1.5%) 이후 미국과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을 유지하게 된다. 향후 연준이 당초 제시됐던 올해 금리 전망치인 5~5.25%까지 끌어올린다면 현재 한은이 최종금리 수준을 3.50~3.75%로 제시한 상황에서 최대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한미간 금리차가 재차 확대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고 있는데다, 직전달(5%)보다 0.2%포인트 반등했다. 올해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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