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부메랑 된 바이오 3조 CB 돈잔치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3.02.0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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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질병관리청 연구원들이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일반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및 백신의 효능 등을 분석하는 임상시험검체 분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2021.12.21/뉴스1  (청주=뉴스1) 장수영 기자 = 질병관리청 연구원들이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효능평가 분석을 위해 일반세포의 바이러스 감염 및 백신의 효능 등을 분석하는 임상시험검체 분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2021.12.21/뉴스1


3조1649억원. 국내 바이오가 2020~2021년 주식시장에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한 금액이다. 당시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 너도나도 CB로 돈 잔치를 벌였다. 금리는 대체로 1~2% 수준 아니면 무이자였다.

이 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아직 만기는 남았더라도 사채권자가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상장 바이오 주가는 2020~2021년 수준에 못 미친다. 당시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책정한 CB 전환가액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지금 바이오 주가를 보면 사채권자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 풋옵션 가능 시기가 오면 현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나중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고민이다. 실제 싸이토젠, 제테마 등 여러 바이오 기업이 올해 CB 상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싸이토젠의 경우 약 295억원 규모의 4회차 CB가 오는 5월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제테마는 발행잔액이 568억원인 8회차 CB의 풋옵션이 오는 7월부터 행사 가능하다.



싸이토젠과 제테마 모두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한참 낮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현금 상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돈이 부족해 CB 현금 상환을 이행하지 못한 바이오도 나왔다. 앞서 네오펙트는 CB 사채권자가 요구한 현금 상환에 대해 채무 이행 자금 부족으로 미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지난해 10월 공시했다. 이후 네오펙트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팔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에 나섰다.

앞으로 일부 기업이 CB 상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바이오 업종 전반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극심한 주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은 바이오에 CB 부메랑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단 의미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투자자가 또 손실을 감내해야 할까.


바이오는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필수적이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시장가치(주가)에 영향을 받는다. 여러 바이오가 지난해 운영자금 확보에 애를 먹은 이유도 시장가치 하락과 무관치 않다. 일부 바이오는 이미 운영자금이 바닥나는 등 경영 위기에 부딪혔다.

올해는 미국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 등에 따라 대표적인 성장 업종인 바이오의 투자 수요가 회복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일각에선 2021년 하반기부터 바이오 약세장이 지속된 만큼 올해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고개를 든다.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바이오 업계에선 "올해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결국 CB 부메랑을 피해야 바이오가 산다. 발행회사는 사채권자와 긴밀하고 성실하게 협의하고 연구 성과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만약을 대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 방안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내실을 다져야 함은 물론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질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CB 부메랑 위기를 넘겨야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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