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리 묶어두기엔 아깝지" 은행서 빠져나간 돈, 여기로 갔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3.02.0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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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1월 정기예금 잔액 6.1조↓…2개월 연속 감소
요구불예금 36조 급감…고금리 탓 가계대출 3.9조 줄어

"3% 금리 묶어두기엔 아깝지" 은행서 빠져나간 돈, 여기로 갔다


새해 들어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둔화했다. 예금금리 하락, 증시 '새해 랠리' 등 영향이다. 가계대출은 또 줄었다.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아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1866억원(0.76%) 줄었다. 정기예금은 지난해 12월 9개월만에 처음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예금금리가 지난해 12월부터 하락한 결과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화,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 등으로 예금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5대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최고금리는 5%대 초였지만, 현재는 3%대 중반이다.

은행으로 돈이 들어오는 '역머니무브'는 진정세이고 은행 밖으로 자금이 빠져 나가는 모양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MMDA 포함)은 588조6031억원으로, 전월 대비 35조9835억원(5.76%) 급감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꾸준히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용처'가 달라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종착지로는 증시가 거론된다. 코스피는 1월 한 달 동안 8.45% 올랐다. 아시아 증시에서 홍콩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다. 최근 상장한 공모주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하는 등 새해 증시에 훈풍이 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는 요구불예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했는데, 지난해 12월과 이달은 정기예금도 함께 줄었기 때문에 은행 밖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며 "1월 새해 랠리를 보면 증시로 자금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은 또 줄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88조6478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3조8857억원(0.56%)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2161억원(0.04%) 소폭 증가하고, 신용대출이 크게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15조6247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3516억원(2.82%) 감소했다.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대출 신규는 줄고, 상환은 활발해서다. 대출금리 관련 금융당국 압박과 개별 은행의 인하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5대 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대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 조치가 취약차주에 집중돼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는 점차 내려간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공모주 청약 열기가 일부 있었지만 전체 증시가 활황이라고 보긴 어렵고, 부동산 경기는 아직 침체 국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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