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회복하는, 해맑음센터 복도의 나무 바닥이 심하게 뒤틀어져 있다./사진=해맑음센터
해맑음센터 전경./사진=해맑음센터
70~80년 돼 위험한 건물 폐쇄 위기…기울어진 기숙사, 침대 다리 8cm 붕 떠
기숙동은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기울어졌다./사진=해맑음센터
건물이 기울어진 기숙동의 침대는, 아예 바닥에서 8cm 정도 떴다. 수평이 맞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진 탓이다./사진=해맑음센터
본관도 열악한 상황. 천장은 석면(1급 발암물질)이라 불안하다. 바닥은 나무라 수축과 팽창이 반복돼 솟거나 꺼지는 일이 잦다. 여름 태풍과 장마엔 본관과 주방, 화장실 등에 비가 샌다. 누수공사를 해도, 위치만 달라지며 계속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강당도 바닥과 벽 사이에 2~3cm 이격이 생겼다.
기울어진 기숙동 건물로 인해 침대와 침대 사이의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건물 사정이 위험하다 보니,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머물고 생활하기가 어렵게 됐다. 대체할 건물과 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다 부수고 다시 지을 수도 없다. 이곳이 '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9년 넘게 이어온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한 회복과 치유 사업이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계약 기간은 당장 이달 말까지라 시간도 많지 않다.
해맑음센터장 "서울 폐교 활용해 해맑음센터 옮겨가고 싶다"고 했지만…
뒤틀린 본관의 나무 바닥./사진=해맑음센터
그러니 조정실 해맑음센터장은 애간장이 탔다. 학교 폭력을 위해 동분서주 애써온 조 센터장은 "해맑음이 부지가 없는 상태에서 어디서 할 거냐, 없어지고 마는 것"이라고 했다. 각 지역의 폐교 등 부지가 간절했다. 그래서 17개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이 회복되어서, 학교에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는 분은 안 계시잖아요"라고 호소도 했다. 나서는 이는 없었다.
본관의 벽과 바닥 사이에 이격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하지만 부지 재산권이 있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난관이다. 해맑음센터 필요성에 공감해도, 서로 자기 지역에 안 하려 떠밀기 좋기 때문이다. 폐교 역시 활용 방안에 대한 게 지역 공청회 등을 거쳐 웬만큼 정해지기 때문에, 선출직인 교육감이 갑작스레 이를 뒤집기 부담스러워하는 어려움도 있단다.
교육부 "교육청들과 논의 중…최선 다해 여러 해결책 찾겠다"
기숙사 외부 벽과 바닥 사이에 심하게 틈이 발생한 모습./사진=해맑음센터
강전훈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하루에 교육청을 여러 군데씩 다니면서, 해맑음센터가 옮겨갈 수 있는 건물과 부지를 찾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했다.
강 과장은 "각 시도엔 가정형 위(WEE) 센터가 있는데, 교육청 관계자들을 설득할 때 '우린 이미 이런 게 있다'고 하는 등 협조가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며 "함께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밀 안전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보강 공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병행해서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부지 마련을 위해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실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4월까지인데, 나가는 게 아니라 현재 시설을 쓸 수 있게 지속하면서, 계속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로 해맑음센터에 온, 학생들이 활동하며 치유하는 모습. 이들을 위한 곳은 단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사진=해맑음센터
지난달 8일엔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의 해맑음센터 수료식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떠나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여기 왜 와야 하는지 화가 났어요. 지금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돼요."
"같은 아픔을 가진 친구들과 지내며 상처가 치유되었습니다. 새로 시작할 용기가 생겼어요."
"형, 누나들에게 철없이 굴어서 미안해요. 그리고 선생님, 사랑해요."
그리 자기 마음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배운 거였다. 해맑음센터에서. 이곳에서 지내며 학생들은 아픔을 많이 치유했다. 그리고 성장하고 단단해졌다. 한 해를 거치며 넌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해준 선생님들, 언제나 아이들 편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쏟아내는 진심에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감사를 표현하는 트리엔, 피해 학생 학부모의 글도 달렸다. "선생님들이 함께 있어줘서 우리 아이가 잘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어요"라고.
홀로 해맑음센터의 위기를 떠안았던 조정실 센터장에게, 뒤늦게 힘듦을 안 학부모가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그를 끌어안고 통곡하며 털어놓은 진심이었다.
"우리 가족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에 해맑음을 만났어요. 우리 가족 살린 데인데 너무 안타까워요. 그러니까 센터장님, 오래 사셔야 해요. 버텨야 우리 아이들 지켜주지요. 짐을 나눠서 지고, 같이 가요." 조 센터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학부모와 함께 울음을 쏟아내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해맑음센터를 수료하며 남긴 인터뷰./사진=해맑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