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사회문제, 과학기술로 해결하자

머니투데이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2023.02.0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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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이길우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이길우


업무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AI의 윤리적 책임, 개인정보 유출, 비대면으로 인한 사회적 소통부족 등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전염병의 주기적 창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계층간 갈등,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글로벌 난제부터 일상에 불편을 일으키는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문제의 목록은 끝이 없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제일감(第一感)은 역시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은 오랜기간 산업경쟁력 제고와 경제발전의 첨병역할을 했고 이제 재난재해, 생활안전, 환경 등 각종 사회문제로부터 안전하고 나은 삶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실시한 '국가 과학기술현황 종합인식조사'에 따르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비중이 2018년 42.8%에서 2021년 56.7%로 상승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때다.



주요 선진국들도 국민이 행복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투자를 확대한다. 미국은 온라인 플랫폼(Challenge.gov)을 통해 시민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삶의 질 향상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투자를 늘린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개인 보조로봇, 인지 및 행동코치, 운전자 지원기술 등 '삶의 질을 위한 기술'(Quality of Life Technology·QoLT) 개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U는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2021~2027년)'을 통해 글로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의 참여와 과학기술의 책임을 강조한다. 일본은 신기술이 초래할 법·윤리·사회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는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RInCa'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또한 ICT로 인한 사회문제를 예측하고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HIT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정부도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힘써왔다. 법적 기반과 범부처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문제해결형 R&D과제 발굴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사회문제해결형 R&D 투자는 2018년 1조2300억원에서 2022년 1조7800억원으로 연평균 9.7%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문제해결형 R&D는 일반 R&D와 동일한 관리체계에서 운영돼 사회문제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한계도 있다. R&D의 성과를 현장에 적용하고 시장진출을 돕기 위한 후속지원과 민관협력 등의 제도적 장치도 부족했다. 앞으로의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방향을 몇 가지 제안한다. 먼저 모든 사회문제를 병렬적으로 관리하기보다 문제의 특성과 중요도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핵심 문제영역을 발굴해 맞춤형 R&D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사회문제의 정의와 해결목표를 명확히 하고 정책-예산-사업-평가 등 전주기에 걸쳐 전략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우수성과를 현장에 확산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연구자 중심의 R&D에서 수요자,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관협력 생태계를 조성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을 결집하고 국정과제, 과학기술기본계획 등과 연계해 주요 추진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동력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발굴 및 해결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해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과학기술은 문명의 흥망을 가르는 양날의 칼이다. 갈림길에 선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칼의 손잡이를 쥔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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