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쓴 수출 효자, 적자 키웠다…최악 성적표에 앞이 '캄캄'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세종=김훈남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2023.02.0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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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반토막'에 역대 '최대' 무역적자…"지원수단 총동원"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72억달러 적자라는 역대 최악 성적표를 받았다./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72억달러 적자라는 역대 최악 성적표를 받았다./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나고 중국을 비롯해 미국, 아세안 등 대부분 주요 지역의 수출이 줄면서 올해 1월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1개월 연속 적자, 4개월째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2023년 1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수출액이 462억7000만달러(약 57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은 589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 94억3000만달러를 넘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또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연속 적자 기록을 이어갔다.



올해 1월 무역수지 적자폭 127억달러는 지난해 전체 무역적자 472억3000만달러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숫자다. 정부는 또 지난해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올해 수출이 전년대비 4.5%, 수입은 6.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무역실적에 경제정책방향 전망치를 반영한 올해 무역 적자 규모는 312억달러. 정부의 연간 전망치의 40%를 한달만에 넘어선 셈이다.

지난달 수출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다. 우리 주력상품인 D램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약세와 수요감소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8억달러, 44.5% 감소한 60억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분은 지난달 전체 수출액 감소분의 52%를 차지했다. 컴퓨터 부문은 전년대비 63.8% 줄어든 5억2000만달러어치를 수출, 감소율이 가장 컸다.



이밖에 디스플레이 36%, 바이오헬스 33.5%, 철강 25.9% 등 15대 수출 주요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전체적인 수출감소세에서도 자동차와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49억 8000만달러로 21.9% 증가했으며 석유제품은 41억3000만달러로 12.2% 증가했다. 부품 수급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이 일부 해소됐고, 고유가 시대 주요시장 수요가 유지되며 석유제품 가격이 기존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지역별로 EU(유럽연합)과 중동을 제외한 중국·아세안·미국·일본·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중국을 상대로한 수출은 91억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31.4% 감소했고 △아세안 82.6억달러(19.8% 감소) △미국 80억5000만달러(6.1% 감소) 등으로 집계됐다.

연속기록 측면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꺾인 이후 4개월째 수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아세안 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제품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줄어든 것이 1월 수출 감소에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이 줄어 지난 1월 수입액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다. 다만 전체 수입액의 26.8%를 차지하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은 157억9000만달러로 지난 10년간 1월 평균 수입액 103억달러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많은 금액이다.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입액은 69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0% 감소했으나, 동절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가스·석탄 등의 수입 규모는 확대됐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당면한 수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보유한 모든 지원역량을 결집하고 수출지원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우리 수출기업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무역금융·인증·마케팅 등 3대분야를 중심으로 수출애로를 해소해 나가는 한편, 원전·방산·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원전·방산·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및 UAE·사우디와의 정상경제외교 성과 조기 실현을 위해 범부처 수출지원역량을 강화하고 밀착지원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 127억불 적자…수출 효자도, 수출 공식도 없었다

힘 못 쓴 수출 효자, 적자 키웠다…최악 성적표에 앞이 '캄캄'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규모인 127억달러 무역적자가 적힌 수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단순히 무역적자 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부동의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반토막났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세는 여전했다. 올해 수출 경기 전망이 비관적이란 의미다.

◇반도체 너마저…달력운까지 안 따라주는 1월 수출 =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적자는 126억9000만달러(약 15조6300억원)으로 집계돼 월간 기준 최대 무역적자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물가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세계 경기가 둔화, 수출액이 전년 대비 16.6%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2.6% 감소에 그친 결과다.

우리 수출 1위 효자품목 반도체는 경기둔화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60억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4.5%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전체 수출액의 20% 가까이 차지했던 반도체 수출비중도 12%로 줄었다.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분기 3.41달러에서 올해 1월 1.81달러로 급락했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온 시스템반도체 수출 역시 올해 1월 25%감소로 전환했다.

반도체 가격과 물량 모두 약세를 보이며 수출 '반토막'을 냈다는 얘기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9.8%로 나타나 반도체 부진이 이번 수출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 참가한 웨이퍼 생산 및 공급기업 어드벤테크 관계자가 300mm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3에 참가한 웨이퍼 생산 및 공급기업 어드벤테크 관계자가 300mm 웨이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1
통상 월말에 수출이 몰리는 '월말효과'도 올해 1월 수출 실적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통상 월초 제품 생산을 위해 원자재 수입이 증가하고 월말에 수출 물량을 집중한다.

이런 산업구조상 매달 20일 이후 수출액이 늘고 수입액은 감소하며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된다. 하지만 올해 1월 21~24일 설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이틀 줄어든 반면 동절기 난방수요 등으로 수입액은 유지됐다. 지난달 20일까지 103억달러였던 무역적자폭이 월말에 확대된 원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21일 이후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 감소로 수출액이 줄어들고 수입은 연휴에도 평탄하게 유지됐다"며 "월말 적자폭을 키우는 데 명절효과가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수입 실적에서도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입하는 반도체와 철강 원·부자재 수입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4% 11.8% 감소했다. 알루미늄괴와 동광 역시 31%, 35.4% 급감했다. 경기 둔화로 인한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생산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고유가 시대 동절기 한 가운데를 지나며 에너지 수입액은 여전히 평년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57억9000만달러였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소폭 안정세를 모이며 지난해 1월 161억7000만달러에 비해 2.4% 감소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1월 평균 102억5000만달러에 비해선 54% 많은 금액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월 수출감소는 경기둔화에 따른 주요국 수입수요 감소와 반도체 가격하락 등 요인으로 발생했다"며 "대규모 에너지 수입 지속 등이 복합 작용해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4분기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며 현재로서는 회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인텔의 서버용 CPU 출고, AI(인공지능) , IoT(사물인터넷) 서비스 등 반도체 수요 늘어날 요인 있지만 전 세계 경기가 어려워서 불안하게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출경기 저점 언제쯤? '상저하고' 무역 흑자전환 위한 대책은 = 지난해 기록했던 연간 무역적자(472억달러)의 1/4을 올해 한달만에 넘어서면서 언제쯤 무역경기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초구 aT센터에서 '2023년 재정경제금융관 회의'에 참석해 "오늘 발표된 1월 수출입 동향은 아직 우리 경제가 극심한 한파의 한 가운데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수출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의 무역수지가 수출경기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교역대상 1위 국가인 중국의 수출입 회복과 반도체 가격·수요 정상화 여부가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동절기 이후 난방수요 해소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감소와 원자재 가격 안정 가능성 역시 겨울 이후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도 올해 수출 증가율 전환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제1차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수출확대와 무역수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12개 업종별 협회는 상반기까지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하반기부터 수출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안 본부장은 "세계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여건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최근 무역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올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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