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로 90곳 고문해 사망…현실판 '더 글로리' 이 나라도 있었다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3.02.0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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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미로 고문을 당하다 숨진 줄파르만 오스만(21세·남) /사진=페이스북 다리미로 고문을 당하다 숨진 줄파르만 오스만(21세·남) /사진=페이스북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다리미로 고문을 당하다 숨진 '오스만 학폭' 사건을 잊지 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일 페이스북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더 글로리'의 고데기 폭력 장면을 보고 과거 오스만 학폭 사건이 떠올랐다며 분노하는 글이 공유됐다.



지난 2017년 5월 말레이시아 국방대학교(UPNM) 해병사관후보생 18명이 기숙사에서 동급생 '줄파르한 오스만'(21세·남)을 증기 다리미로 고문해 살해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오스만이 다른 생도의 노트북을 훔쳤다고 의심했다. 이들은 오스만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그의 온몸을 증기 다리미로 고문했다. 결국 오스만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10일 만에 숨졌다. 사인은 화상이었다.



실제 오스만의 팔, 다리, 가슴 등에선 90개의 화상이 발견됐다. 특히 가해자들은 오스만의 성기도 고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제복을 입었을 때 보이는 얼굴과 손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위에 화상을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애초에 분실된 노트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만이 다리미로 고문 당한 주요 부위 /사진=페이스북오스만이 다리미로 고문 당한 주요 부위 /사진=페이스북
가해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1년 11월 2일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가해자 5명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1명에게 살인 방조죄로 각각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고문에 가담한 12명에게 상해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4년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지만, 오스만의 부모에게 사과한 가해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오스만의 모친은 아들을 잃은 뒤 지난 2018년 백내장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누리꾼 A씨는 "(더글로리를 보고) 줄파르한 오스만의 사건이 떠올랐다"며 "학창시절 동급생을 괴롭힌 적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지금이라도 사과해라.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오스만을 알지 못해도 다리미로 옷을 다릴 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며 "더 글로리가 그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학폭의 잔인함과 그 폐해를 잊지 말고 함께 고민하자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말레이시아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교 폭력을 당한 뒤 숨진 줄파르한 오스만을 떠올리며 올린 글. /사진=페이스북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말레이시아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학교 폭력을 당한 뒤 숨진 줄파르한 오스만을 떠올리며 올린 글. /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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