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에 당국눈치까지…증권사 배당 보릿고개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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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에 당국눈치까지…증권사 배당 보릿고개


지난해 연초 배당금 확대로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웠던 증권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실적은 고꾸라졌고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매섭다. 보수적 자금관리를 위한 배당액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결산 배당 공시를 한 곳은 삼성증권 (37,250원 ▼150 -0.40%) 정도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지난해 말일 기준 보통주 1주당 배당금 17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현재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4.8%, 배당금 총액은 1518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 배당(총 배당금 3393억원)을 했던 전년대비 배당 규모가 확 줄었다. 시가배당률은 2019년 결산 수준(4.3%)인 4%대로 내려갔다.

업황 부진으로 전년대비 실적이 반토막 난 것도 영향을 줬다. 삼성증권 지난해 영업이익은 5786억원으로 전년비 55.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239억원으로 전년비 56.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업 전반에 해당하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한국금융지주 (65,500원 ▲900 +1.39%)·NH투자증권 (11,720원 ▲50 +0.43%)·미래에셋증권 (7,330원 ▼80 -1.08%)·삼성증권·키움증권 (130,500원 ▼300 -0.23%) 등 주요 5개사 합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적극적인 주가 부양책을 폈던 주요 증권사들의 배당 규모도 올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2021년도 기준 시가배당률이 가장 높은 곳은 NH투자증권(7.8%)이었다. 삼성증권(7.7%), 한국금융지주(7.28%) 등의 시가배당률도 8%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직접적으로 증권사 배당에 대해 언급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임원회의를 통해 증권사의 성과급 지급, 현금배당 등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최근 단기금융시장 경색 국면에서 산업은행 등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고 있는 일부 증권사가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보다 책임있고 사려깊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제동에 업계는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원장이 유동성 지원을 받는 증권사로 한정해 말하긴 했지만 증권업 전반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위원회도 전날 배당 확대를 위한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배당은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위는 "제도 개선이 무조건적 배당 확대로 작용하기보다 기업 실질과 상황에 맞는 적정 배당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위험대비 역량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나 수익대비 과도한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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