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만 잡던 BMW·볼보 변심…원통 만드는 LG엔솔·삼성SDI 바빠지나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2.0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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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파나소닉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파나소닉 관계자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가장 오른쪽의 배터리가 4680 배터리 /사진=김도현 기자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파나소닉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파나소닉 관계자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가장 오른쪽의 배터리가 4680 배터리 /사진=김도현 기자


북미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확대될 조짐이다. 테슬라뿐 아니라 파우치형을 고집해 온 미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원통형 탑재를 고려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파우치·각형 중심의 북미 투자를 이어온 국내 주요 배터리 회사들도 현지 생산 라인업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북미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는 테슬라·파나소닉 두 곳이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공장과 일본 파나소닉과의 합작사(JV)를 통해 원통형 배터리를 조달한다. 파나소닉은 JV와 별개로 미국 네바다주에 독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원통형 배터리 대다수를 테슬라에 공급한다.

테슬라·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량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도 준비 중이다. 테슬라는 최근 네바다주 북부에 100GWh 규모의 원통형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연간 전기차 2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테슬라는 이곳 공장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키워 500GWh로 확장한다. 파나소닉은 캔자스시티에 50GWh 규모의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신규 공장에서는 지름 46㎜, 높이 80㎜ 규격의 4680 배터리가 양산된다. 4680 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종전 타입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밀도는 6배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0년 9월 배터리데이에서 스펙을 공개한 이래 주요 배터리 회사들이 유사한 규격의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새 원통형 규격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배터리 회사 가운데 원통형을 양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올 하반기부터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 삼성SDI는 차세대 원통형 규격을 46㎜로 확정하고 4680을 포함한 다양한 높이의 배터리 신제품을 조만간 출시하고 즉각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원통형은 소형전지로 분류된다. 중대형 파우치·각형보다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많은 개수의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된다. 연결부가 많아 전력 손실이 높을 수 있어 수준 높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필수적이다. 다수의 원통형 셀을 모듈·팩 단위로 묶는 과정에서 공간 손실도 높아 주류 완성차 회사들이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통형 배터리는 정해진 규격에 맞게 일률적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중대형에 비해 고정비가 낮다.


원통형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효율 등을 개선한 신제품이 개발되면서 외면했던 회사들도 재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각형을 고집했던 BMW·볼보 등이 원통형 도입을 확정했다. 스텔란티스·GM 등도 탑재를 논의한다. 유럽에 뿌리를 둔 브랜드들도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대응을 위해 북미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배터리를 조달해야 하는 처지여서 북미 원통형 수요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이 시장 대응을 위해 북미에 원통형 투자를 감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달 29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테슬라와의 공급물량 협상을 바탕으로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투자를 재추진한다고 했는데 현실화하면 LG의 첫 북미 원통형 생산라인이 된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진 않았지만, 다수의 완성차 회사들과 배터리 공급과 JV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현지 원통형 생산설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수의 회사만 탑재하던 원통형이 파우치·각형과 더불어 전기차의 주류 폼팩터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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