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해외 의약품 시설 불시점검 추진...국내 업계 '긴장'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3.02.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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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해외 의약품 시설 불시점검 추진...국내 업계 '긴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 상반기 내 해외에 있는 약품 생산시설에 대해 사전 통지 없이 불시 점검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국 내 생산시설과 달리 해외 생산시설은 실사 전에 일정을 통지하는데 이 때문에 실사 효과가 떨어진다고 본 데 따른 조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미국에 공급되는 의약품의 생산 시설은 불시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FDA의 실사는 기준이 까다로워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표준)로 여겨지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불시 점검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FDA는 올 상반기 내 해외 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한 불시 점검 파일롯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사전에 통지해왔던 정기 실사와 해외 시설의 위반 수, 형태 등을 비교해 비용·편익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통합세출법에 포함된 내용이다. FDA는 이 프로그램에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배정했다. 프로그램이 법 발효 이후 180일 이내 개시하도록 규정돼있어 늦어도 오는 6월에는 불시 점검이 시작될 예정이다.



FDA가 의약품 생산 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실사는 크게 세 가지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승인 전 △정기 실사 △특별 실사로 구분되는데 이 중 정기 실사를 불시 점검으로 실시하게 된다.

정기 실사는 미국에서 판매중인 의약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자재, 시설, 생산, 포장, 품질관리 등을 점검한다. 3개월 전, 6개월 전, 12개월 전 등 해당 시설의 이전 기준과 비교해 적합한 환경이 유지되는지도 평가한다.

미국 내 시설에 대해서는 불시에 정기 실사를 진행하지만, 해외 생산 시설은 근무자들이 휴가거나 생산을 중단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수개월 전에 실사 일정을 통지한다. 미국 의회는 이에 대해 해외 생산 시설이 미리 알고 실사를 대응하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해왔다.


국내 업계도 FDA 불시 점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의약품 생산시설 수는 100개가 넘고 상위 10위 안에 든다. 실사 대상 시설이 많다는 의미다. 상위 10개국은 캐나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FDA가 정기 실사를 해 기준이 못 미치는 경우에는 해당 사항에 대해 개선을 요구한다. 업체는 이를 이행해야 한다.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에서 해당 약품을 수입하지 않는 데다가, 다른 나라 수출에도 영향을 준다. FDA의 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FDA 실사는 까다롭다"며 "이전까지 불시 점검은 품질에 이슈가 있는 등 특별한 사유에만 이뤄졌다. 정기 실사를 불시 점검으로 하면 업체 상황을 이전 만큼 배려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FDA는 항상성을 강조한다"라며 "높은 기준이 생산시설에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확인하려는 FDA의 기조가 강해진 것"이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올해 시행되는 파일럿 프로그램과 이후 사전 예고 없이 상시적으로 진행될 실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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