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하정우의 생존 유니버스는 그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예능으로까지 이어진다.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이 주춤하자 활기를 되찾고 있는 해외여행, 여기에 더해진 캠핑의 감성과 출연진의 생고생이라는 예능적 MSG가 버무려진 티빙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정우를 비롯해 주지훈 최민호 여진구가 차 한 대를 몰고 뉴질랜드 남섬 1000km를 관통하는 캠핑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더 많은 청춘들에게 여행 티켓을 선물하기 위해 제작진이 내놓은 미션에 성공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고 임하는 본격 대리고생 로드트립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영화 속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을 떠올려 보면 ‘예능에서 하는 고생에 생존이라니’ 싶을 수 있고, 표현 자체가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설명부터 ‘대리고생 로드트립’이라고 하지 않나. 첫 화부터 출연진을 제대로 고생시키는 장면이 등장,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출연진이 적은 돈으로 어떻게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을지 고심하는 사이, 제작진은 출연진이 타고 온 차량을 탈취한다. 제작진과 생활비 협상을 하려던 최민호가 이를 목격하지만, 이미 상황 종료다. 네 개의 자전거와 첫 번째 티켓팅 미션이 적힌 종이와 함께 뉴질랜드 길바닥에 버려진 네 사람은 어깨에 첫날의 끼니가 될 식재료를 짊어지고 자전거에 오른다. 비행기를 타고 11시간 날아온 몸으로, 해가 지기 전까지 44km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도착하라는 미션이라니, 헛웃음도 나지만 여행을 손꼽아 기다릴 사람들을 위해 달려야 한다. 헬멧을 처음 착용할 때부터 동생들에게 큰 웃음을 안긴 하정우는 얼마 달리지 못하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작은 헬멧 탓에 머리에 쥐가 나는 듯했다는 그는 “머리에 혹을 달고 가는 느낌이었다. 감자는 나를 끌어내리지, (비가 내려) 앞은 안 보이지, 뒤통수는 저려오지. 체력이 아니라 다른 문제였다. 앞이 캄캄해졌다”고 털어놨다. 결국 주지훈이 제작진에 합의를 제안, 하정우는 여진구와 함께 10km 지점에서 라이딩을 포기한다. 주지훈 최민호는 낙오한 두 사람의 부담까지 얻고 완주에 성공해 티켓 7장을 획득하고, 하정우 여진구는 힘겹게 돌아올 둘을 위해 차박과 식사를 준비한다.

“맘마미아!(세상에, 맙소사!)”
‘두발로 티켓팅’의 시작부터 공개된 3화까지, 하정우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우리의 입에도 귀에도 익숙한 “엄마!”란 감탄사와 치환되는 이 말은 프로그램 내에서 출연진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나 좋을 때, 때로는 하정우가 동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거나 사기를 북돋워야 할 때도 쓰인다. 워낙 대중없이 튀어나오기에 처음엔 ‘대체 왜 저래?’ 싶었건만, 어느새 익숙해져 묘한 중독성마저 느껴질 정도다. ‘당신이 알던 하정우는 잊어라. 동생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두발로 티켓팅 공식 행복 제조기’라던 제작진의 하정우 소개가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프로그램 첫 화에는 출연진의 어색함 가득한 첫 만남, 여행 첫날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짧은 시간 사이 한껏 가까워진 출연진들의 모습은 힘겹게 먹고, 힘겹게 여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큰-형 하정우가 특유의 능청으로 풀어낸 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예능에서도 이어지는 하정우의 생존 유니버스건만, 예능에 임하는 하정우는 ‘진짜’이기에 가능한 웃음이고 끈끈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