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최고" 전세계 金에 꽂혔다…'킹골드' 시대 개막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2.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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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최고" 전세계 金에 꽂혔다…'킹골드' 시대 개막


"킹달러 시대는 끝났다…이젠 '킹골드'다!"



올 들어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가 뒤덮으며 '최후의 기축통화'인 금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전세계 중앙은행들도 앞다퉈 막대한 양의 금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09% 오른 온스당 1942.65달러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것.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금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가격도 껑충 뛰었다. 같은해 3월엔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은 떨어졌다.

그러던 금값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탈(脫)달러 현상과 경기침체를 대비한 중앙은행의 금 매집 현상 때문이다. 경기침체 시기엔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부각된다.

세계 금 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1136톤으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앞다퉈 사들였다. 중국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지난해 11~12월 두달 동안 중국이 매입한 금 규모는 총 62톤이다. △튀르키예(148톤) △이집트(47톤) △카타르(35톤) △우즈베키스탄(34톤) △이라크(34톤) △아랍에미리트(UAE·25톤) 등도 지난해 4분기 동안 금을 매수했다.

신영증권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골드러시'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달러 패권이 약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금을 더 선호할 것이란 설명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10포인트를 웃돌았으나 현재 101~102포인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외환 보유고에서 달러화를 줄이고 금을 늘렸다"면서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속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금 매수세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55년 만에 최고" 전세계 金에 꽂혔다…'킹골드' 시대 개막
金 2000달러 목전…"사상 최고치 돌파할수도"
시장에선 당분간 금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금값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는 실질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 수요는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 위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금 가격 최고치는 △NH투자증권 2100달러 △대신증권 2050달러 △이베스트투자증권 2000달러 등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경기가 경착륙하면 금가격이 온스당 최고 22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 금 가격이 상승하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안전자산과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 매력을 훼손해온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상승세가 완화되는 올해는 다시 귀금속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은 긴축 경계감이 있지만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가격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신중론도 나온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달러화가 온전히 약세인 상황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금값이 단숨에 온스당 2000달러대를 돌파하기보다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미국은 금값이 2000달러대 근처까지 오면 금 선물 증거금 인상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절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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