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이 눈이었던 스웨덴은 뉴욕의 겨울로 배경을 옮겼다. 커다란 트렁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지치고 수심이 가득한 안색의 남자 마크(데미안 비슈어)의 트렁크에는 그의 12살 딸 엘리너(매디슨 테일러 바에즈)가 들어있다. 두 사람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 짐을 풀고, 집 안의 창을 모두 봉한 후, 이곳에서 오래, 무사히, 조용히 지낼 수 있기를 빈다.

10년 전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물린 후 뱀파이어가 된 어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아빠 마크는 오랜시간 살인과 은둔, 추적을 감행해왔다. 사람의 피만으로 연명하는 어린 딸을 위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살인을 계속해나가는 마크의 고뇌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 부녀를 사랑하고 조력하는 주변인들 역시 위험에 처하면서 어린 엘리너 역시 죄책감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렛미인'은 엘리너와 같은 숙주에게 물린 15살 소년 피터(제이콥 버스터)와 그의 누나 클레어(그레이스 검머)를 한 축으로 내세운다. 천재인 클레어는 증오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동생을 돌보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마약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약을 팔거나 불법적인 연구와 실험을 계속한다.
'렛미인'은 딸을 공격한 숙주를 찾기 위해 10년 동안 고독한 추격을 해왔던 마크가 역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계속하던 클레어가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숙주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피터와 엘리너가 숙주의 정체를 찾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지, 엘리너와 아이제이아의 인연은 어떻게 될 것인지 시즌2의 제작을 필연적으로 예고하며 끝을 맺는다.

가톨릭 신자였던 마크는 아내를 잃고 발길을 끊었던 성당을 찾아가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고해를 한다. 그는 "엘리너가 낫는 순간 자수를 하고 내 죄를 받겠다"고 말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저질러온 살인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영혼의 구원과 딸의 목숨 사이에서 딸을 선택한다.
드라마 '렛미인'은 영화나 소설과는 결을 달리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수의 살인장면과 시체 등장 신은 잔인하고 리얼하게 묘사돼 수위가 높은 편이다. 영화나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뉴욕판 '렛미인',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시즌1에 이어 미스터리를 풀어나갈 시즌2의 소식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