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딸을 위해 100명을 죽인 아버지의 고뇌, '렛미인'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2.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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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 OTT 시리즈로 이사와 더 쫄깃하고 흥미로워진 이야기

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 +관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 +관


온몸을 에이는듯한 냉기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은 온통 눈으로 뒤덮힌 스웨덴의 소도시. 창백한 흰 피부와 노오란 금발의 소년, 그리고 검은 긴 머리의 소녀. 스웨덴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12살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엘리의 사랑을 그린 '렛미인'은 지난 2015년에 개봉해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외로운 소년과 비밀스러운 소녀의 우정, 영원한 사랑은 설국의 싸늘한 냉기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의 원작이 됐던 욘 A. 린드크버스트의 동명 소설은 극장판 '렛미인'에 이어 시리즈로 제작되며 영화와 소설의 감동을 이어간다. 파라마운트 플러스에서 방영하고 국내에서는 티빙을 통해 공개된 시리즈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은 총 10화의 에피소드로 이뤄져있다.

사방이 눈이었던 스웨덴은 뉴욕의 겨울로 배경을 옮겼다. 커다란 트렁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지치고 수심이 가득한 안색의 남자 마크(데미안 비슈어)의 트렁크에는 그의 12살 딸 엘리너(매디슨 테일러 바에즈)가 들어있다. 두 사람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 짐을 풀고, 집 안의 창을 모두 봉한 후, 이곳에서 오래, 무사히, 조용히 지낼 수 있기를 빈다.



부녀의 옆집에는 경찰인 엄마 나오미(아니카 노니 로즈)와 12살 아들 아이제이아(이안 포먼)이 살고 있다. 아이제이아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알코올 중독으로 이혼한 아빠와는 떨어져살고 있다. 외롭고 소심한 소년은 어느날 밤 맨발로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엘리너와 만나고 단짝이 된다.

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관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관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내가 들어갈 수 있게 해줘.' 뱀파이어는 다른 사람의 집에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모티프를 상징하는 제목처럼, 시리즈 '렛미인' 역시 동일한 설정과 대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원작의 12살의 외로운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것 외에 다양한 등장인물과 소재를 등장시켜 스릴과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더했다.


10년 전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물린 후 뱀파이어가 된 어린 딸을 치료하기 위해 아빠 마크는 오랜시간 살인과 은둔, 추적을 감행해왔다. 사람의 피만으로 연명하는 어린 딸을 위해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살인을 계속해나가는 마크의 고뇌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 부녀를 사랑하고 조력하는 주변인들 역시 위험에 처하면서 어린 엘리너 역시 죄책감과 좌절을 느끼게 된다.

'렛미인'은 엘리너와 같은 숙주에게 물린 15살 소년 피터(제이콥 버스터)와 그의 누나 클레어(그레이스 검머)를 한 축으로 내세운다. 천재인 클레어는 증오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동생을 돌보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마약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약을 팔거나 불법적인 연구와 실험을 계속한다.

'렛미인'은 딸을 공격한 숙주를 찾기 위해 10년 동안 고독한 추격을 해왔던 마크가 역시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계속하던 클레어가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숙주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 피터와 엘리너가 숙주의 정체를 찾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지, 엘리너와 아이제이아의 인연은 어떻게 될 것인지 시즌2의 제작을 필연적으로 예고하며 끝을 맺는다.

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 관사진제공=티빙 파라마운트+ 관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닥친 비극으로 아름다웠던 일상과 가족을 잃은 부녀의 스산한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비밀과 끔찍한 범죄, 이어지는 죄책감과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담았다. 12살 아이들의 천진한 우정과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사랑과 잠시 동안의 행복을 꿈꾸는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가톨릭 신자였던 마크는 아내를 잃고 발길을 끊었던 성당을 찾아가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고해를 한다. 그는 "엘리너가 낫는 순간 자수를 하고 내 죄를 받겠다"고 말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저질러온 살인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영혼의 구원과 딸의 목숨 사이에서 딸을 선택한다.

드라마 '렛미인'은 영화나 소설과는 결을 달리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흥미로운 에피소드,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수의 살인장면과 시체 등장 신은 잔인하고 리얼하게 묘사돼 수위가 높은 편이다. 영화나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뉴욕판 '렛미인',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 시즌1에 이어 미스터리를 풀어나갈 시즌2의 소식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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