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삼성 "감산은 없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오문영 기자, 오진영 기자 2023.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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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실적 발표
영업익 4.3조, 68%↓…'반도체' 97% 급감 여파
"올 설비투자 지속, 초격차 유지" 위기 속 기회 모색

/사진=뉴스1/사진=뉴스1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수요절벽에 따른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메모리에 대한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래의 수요와 기술에 대한 확신에 근거해 공격적으로 초격차 전략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이는 경쟁 업체에 거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4646억원, 영업이익 4조3061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7%, 68.5% 감소했다. 지난 6일 공시한 잠정실적(매출 70조원·영업이익 4조 3000억원)과 엇비슷하다. 메모리 불황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7% 줄어든 것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DS(반도체)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어닝쇼크 삼성 "감산은 없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화두는 메모리반도체의 '인위적 (메모리) 감산' 여부였다. 삼성전자는 그간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경기 불황 속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줄줄이 감산을 선언한 것과 다른 행보였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스탠스가 달라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직접적으로 '감산'이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고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말로 에둘러 답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당장에 시황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불황기에 더 적극적 투자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왔던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시황에 따른) 의미 있는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혀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진행되는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에 따라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감산에 그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삼성의 공격적 기조는 1분기에 IT 수요 부진으로 반도체 시황의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시작되면서 연간으로 메모리 시황의 반등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중장기 수요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 설비투자액을 전년과 유사한 규모로 책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삼성전자의 지난 한 해 연간 반도체 투자액은 47조9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차별화 지속 외에도 올해 하반기 본격화가 예상되는 고성능 고용량 DDR5, LPDDR5X 시장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전환 등 투자를 단행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평택 캠퍼스 P4(4공장)와 새로운 반도체 전용 R&D(연구개발) 라인, 차세대 공정 개발 캐파를 포함한 R&D 역량 개발을 위한 인프라 등까지 아우른다. 경쟁사 대비 뛰어난 메모리 원가경쟁력도 삼성의 선택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업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원가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의 적자발표 속에서 흑자를 유지한 배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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