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장 금융사 배당정책, 규모보다 예측가능성이 중요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1.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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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정혜윤 기자


"은행주 주주환원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금융당국은 배당보다 충분한 손실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김주현 금융위원장)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와 안전판 역할을 강조하는 금융당국. 연초부터 양쪽의 줄다리기가 거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 수익 전망치는 65조9566억원에 달한다. 전년(50조6973억원) 대비 30.1% 늘어난 규모다. 이익이 급증한 만큼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 이익을 늘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총주주환원율 30% 시대를 점쳤다.



은행주 주가는 연초 이례적인 상승세를 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한달새 12.41% 오르며 전체 지수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기대와 달리 당국은 손실흡수 능력 확충이 우선이다. 지난 26일 잠재 부실에 대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추가 적립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대손준비금 등을 쌓게 되면 배당 확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배당 확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이다. 제도화되면 불확실성은 사라진다.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가 완성되면 배당 변화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당국의 구두 개입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예측이 힘들었다.

국내 은행주가 저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규제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외국계 증권사 담당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들었다고 한다. 규제의 불명확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이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국 감독규정 개정안 발표 이후, 외국인은 은행주를 꾸준히 매수하며 주가를 떠받쳤다.


금융업은 인허가에 좌우되는 특성상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제도화로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물론 당장 눈에 띄게 배당이 확대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은행주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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