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마이데이터 써 보셨나요?" MZ공무원의 당돌한 질문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3.01.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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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업무보고 4시간 동안 열띤 토론...한덕수 총리 "가장 솔직한 토론"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서 오른쪽 두번째 자리에 조윤수 사무관이 있다. /사진=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서 오른쪽 두번째 자리에 조윤수 사무관이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님, 혹시 마이데이터 서비스 직접 사용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지난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윤수 사무관(28)이 바로 두 자리 옆에 앉아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민관 전문가 110여명이 모여 4시간 동안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진 사람은 조 사무관이 유일했다.

질문은 받은 윤 대통령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고, MZ세대 공무원의 당돌한 질문에 토론회장에 순간 웃음이 퍼졌다. 긴 시간 지루할 수 있었던 업무보고의 분위기를 바꿨다.



조 사무관은 "제가 바로 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MZ세대"라며 "저는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도 구매해봤고, 실물 신분증이 아닌 모바일 앱 신분증으로도 계좌를 개설해봤다"며 담당하고 있는 금융혁신 분야와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는 저같이 20대 공무원도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라며 "제가 틀을 깨는 사고로 앞으로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센스있게 발언을 마무리했다. 조 사무관의 발언에 윤 대통령은 크게 손뼉 쳤다.



윤 대통령이 최근 극찬한 AI(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여기 오기 전에 한국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챗GPT'에 물어봤다"며 "'금융안정을 위한 시스템 개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모법답안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모범답안을 너무 많이 학습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며 웃음과 함께 발언을 시작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도 "지난주 대통령께서 '챗GPT를 말씀해주셔서 이제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좀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저희는 '챗GPT' 같은 인공 알고리즘을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솔직하게 오갔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시장 대응방안을 이야기하며 "이 자리에 함께하신 민간금융회사의 협조도 긴요하다"며 "올해도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은행권의 업무시간 정상화도 촉구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자 장사' 비판 등 여러 지적에 대해 은행권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적합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며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책임과 업무를 다 해가겠다"고 말했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경제가 어렵고 취약계층이 힘들 때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을 저를 비롯한 금융인들이 다짐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토론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말 활발한 토론이었다"며 "제가 보기에 가장 솔직한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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