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中서 연전연패…"올해는 일단 버틴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3.01.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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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 중국 마커스 헨네 법인장이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 GV70의 파생 모델로 기존 모델의 실내 거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뛰어난 동력성능과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높은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제네시스브랜드 제공) 2021.11.19/뉴스1  (서울=뉴스1) =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 중국 마커스 헨네 법인장이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 GV70의 파생 모델로 기존 모델의 실내 거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기차의 뛰어난 동력성능과 각종 신기술이 적용돼 높은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제네시스브랜드 제공) 2021.11.19/뉴스1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선 점유율 10%를 돌파하는 등 연전연승 중이지만, 중국에선 통합 점유율이 1%대로 떨어졌다.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소매 기준 지난해 중국에서 25만9000대, 기아는 현지 판매 기준 9만5000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대비 32.9%, 38.4% 각각 떨어졌다.

현대차·기아, 中서 연전연패…"올해는 일단 버틴다"
연 판매 180만대를 기록했던 현대차·기아 중국 사업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위기를 맞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COVID-19) 봉쇄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작년 대비 6% 가까이 성장했는데 현대차·기아만 점유율이 급락했다. 연 판매 4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차, 기아를 합친 점유율이 1.68%에 불과하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아직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막대한 내수 시장 규모는 물론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작년 신차 판매가 주춤했지만 중국은 20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42조5275억원, 영업익 9조8197억원을 기록했고 기아는 매출액 86조5590억원, 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냈다. 양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중국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 147만4224대를 팔면서 역대 두 번째 연 판매 기록을 세웠고, 유럽 시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9%대 점유율에 진입해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그룹, 르노 그룹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총 680만대를 판매해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3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일단 버틴다"…中 위기 돌파 전략, 마땅한 게 없다
(서울=뉴스1) = 스티브 센터 기아 미국 COO가 17일(현지시간)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오토쇼'에서 'EV6 GT'를 발표하고 있다. (기아 제공) 2022.1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스티브 센터 기아 미국 COO가 17일(현지시간) 미국 LA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오토쇼'에서 'EV6 GT'를 발표하고 있다. (기아 제공) 2022.1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제는 신차 출시 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올해 출시 예정인 중국 전용 전기차와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신차 위주의 판매전략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기아의 평가는 좀 더 냉정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7일 "중국 내수 시장을 올해 확실하게 뚫을 전략이 없다"며 "올해는 판매 채널, 전체적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버티고 내년부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기아는 오는 6월 EV6를 출시하고, 같은 해 11월엔 중국 전용 전기차 'OV'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구체적인 계획을 따로 밝히진 않았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도 고전하는 지역이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운 비야디(BYD),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니오(NIO) 등 현지 업체에 판매 1위를 뺏긴지 오래다. 브랜드 영향력이 약해진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신차로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美에선 테슬라 '폭탄 할인'에 몸살…모델3보다 기아 EV6가 1500만원 비싸
현대차·기아, 中서 연전연패…"올해는 일단 버틴다"
현대차·기아의 미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장이 빠른 중국 시장에선 실적이 악화하고, 차세대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에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7500달러(약 924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차량 가격을 최대 20%까지 인하하자 혜택을 못 받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가격은 비싸졌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돼 일정 수준 이하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에 판매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세액 공제)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일반 승용차(SUV·픽업트럭 포함)의 경우 5만5000달러(약 6830만원) 이하, 밴의 경우 8만달러(약 9940만원) 이하여야만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돼 IRA 대상이 아니다.

테슬라 모델3 후륜구동(RWD) 트림의 인하된 가격은 4만3990달러로 이미 303마일(약 488㎞)을 주행할 수 있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보다 1510달러(약 185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IRA 세액 공제 혜택이 적용되면 가격차는 9010달러(약 1100만원)까지 벌어진다. 기아 EV6는 최대 1만2210달러(약 1503만원)가 비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시장만 가지고는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중국 시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성장 모멘텀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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