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에술대학원 교수)
시민회관은 시민의 집회, 행사 및 공연을 위한 건축물이다. 서기전 5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에서 지어지기 시작한 극장은 시민회관 역할을 겸했다. 당시 그리스의 극장들은 연간 5일은 디오니소스 축제의 연극공연에 이용되고 나머지 기간에는 시민회관으로 사용됐다. 그 전통이 현대에 부활해 오늘날 세계 각 도시는 시민회관을 갖췄다.
두 번째 서울시민회관은 '서울시공관'이었다. 1947년 서울시는 명동에 있던 '명치좌' 건물을 매입해 시공관이라고 이름 지었다. 명치좌는 1936년 일본인 사업가가 지은 1178석의 영화관 겸 극장이었다. 1957년부터 국립극장 공연장 역할을 겸하다 1962년에는 '명동국립극장'이 돼 국립극장이 단독으로 사용했고 1973년 국립극장이 남산으로 이전하자 1975년 민간에 매각돼 은행건물이 됐다가 2003년 국가가 다시 매입해 현재 '명동예술극장'이 됐다.
네 번째 서울시민회관은 '세종문화회관'이다. 불타버린 서울시민회관 자리에 다시 지어 1978년 4월에 개관한 시민회관이다. 10월유신 체제하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아시아 최대 문화시설을 지향해 5000석 규모로 요구받은 대강당은 4000석 규모로 완공됐으나 공연예술에 사용되기에는 너무 커서 2004년 개수공사를 통해 3022석으로 줄이고 대강당에서 대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위 두 건물 모두 정치적 랜드마크였던 셈이다.
21세기에 이르러 각 도시의 시민회관은 집회 및 행사보다 공연예술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첫머리에서 언급한 각 지역 시민회관의 상당수는 이미 이름을 바꾸고 리모델링해 새롭게 출발했다. 세종문화회관도 변화를 꾀한다. 문화예술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콘서트홀을 추가하고 대극장은 그 규모를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등포구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래의 세종문화회관은 랜드마크가 아닌 공연에 최적화한 극장을 지향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서울시민회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