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회장 "집값·분양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3.01.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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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여의도에서 열린 대학주택건설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겸 중흥그룹 부회장/사진=배규민 기자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대학주택건설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겸 중흥그룹 부회장/사진=배규민 기자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겸 중흥그룹 부회장(사진)이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고 자잿값은 올라 앞으로 건설사가 국내 주택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경기 침체로 공급은 줄어드는 등 향후 집값과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안 좋은데 자잿값 급등 지을수록 손해…대우건설 해외에서 살길 모색
정원주 회장은 31일 대한주택건설협회 취임 간담회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집값이 안정화돼가고 있지만 향후 집값과 분양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주택업계 생활만 30년을 했다. 1997년, 2007년 집값이 하락하면 공급이 줄고 이후 어김없이 집값은 폭등한다"면서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자잿값,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격 역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앞으로는 지금 분양가에는 (건설사가) 집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금 분양가격대로 집을 지으면 건설사는 이익이 안 난다"면서 "주택사업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주력사인 대우건설 (3,685원 ▲10 +0.27%)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지난해 매출 10조4912억원을 달성한 대우건설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10조90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국내 주택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신 해외에서 수주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리비아,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올해 수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침체에도 대우건설이 지난해 영업이익 76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배경 역시 베트남에서 영업이익이 좋았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국내 이윤은 10%가 안 되지만 베트남은 훨씬 더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준공 후 미입주 우려 크다…"취급수수료만 연 8%, 불합리한 대출 관행 바꿔야"
협회 차원에서는 주택업계의 경기 회복을 위해 △원활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보증 등 사업자 자금 조달 여건 개선과 △미분양주택 보유 주택사업의 유동성 지원 △주택거래 정상화 지원 △탄력적 주택공급여건 조성 등 네 가지를 정부에 제안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주택경기가 안 좋으면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많다. 거시적으로 생각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건설사가 마치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 같은 인식이 큰데 대우건설이 지난 10년 동안 이익을 못 내다가 2021년, 2022년 2년 동안 수익을 냈다"면서 "건설사가 떼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표준건축비에 맞춰 집을 짓고 이윤도 5~7%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금 미분양 규모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준공 후 미분양 물건인 악성 미분양은 정부가 관리하는데, 사업 승인 단계의 미분양과 대항력이 떨어지는 미분양까지 관리해야 주택 경기가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입주 증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 회장은 "주택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입주를 포기하는 비율이 커질 수 있다"면서 건설·주택 경기모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미분양, 계약해지, 준공후 미입주는 주택사업자는 물론 금융권 부실 등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입주율은 지난해 1월 85.1%를 기록했으나 하락세가 지속돼 11월에는 66.2%까지 떨어졌다. 입주전망지수는 지난해 1월 82.6%에서 12월에는 51.9까지 하락했다. 입주전망지수는 100 이상이면 긍정적이고, 100 미만일수록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자금조달 여건 개선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의 불합리한 대출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은 "금융조달 비용 부담만 2배 이상 늘었다"면서 "금리가 연 12%, 취급수수료만 연 8%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중소건설사는 브릿지론 이용 자체가 불가하고 시공능력 100~150위 이내 시공사의 연대 보증이 있어야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이 가능하다.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시 당초 약정보다 2배 이상의 금리 책정, 추가 취급수수료 상향 조정, 미분양주택의 과도한 할인분양 등을 금융권으로부터 요구 받고 있다고 협회는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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