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제도를 통해 신규 분양 물량을 조절해왔지만 지자체가 먼저 나서서 사업 승인부터 원천봉쇄 한 것은 대구시가 처음이다. 미분양 해소가 다급한 지자체의 필사의 전략으로 풀이돼 다른 지자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분양 무덤' 대구, 신규 주택사업 승인 전면 중단 3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신규 접수된 주택건설사업에 대해 승인을 보류한다. 기존 승인된 주택건설사업지도 분양 시기를 조절해 후분양을 유도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사업 주체에 요구할 예정이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대구광역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2023.01.02.](https://thumb.mt.co.kr/06/2023/01/2023013108250369819_2.jpg/dims/optimize/)
그동안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신규 분양 물량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낙인효과로 인해 오히려 미분양이 가속된다는 지자체들의 반발에 HUG는 지난해 11월말 이미 지정한 미분양 관리지역을 일제히 해제하고 제도를 개선, 이달 중 다시 지정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대책의 시급성에 밀려 HUG의 미분양 관리지역 재지정은 2월로 다시 늦춰졌다. 기다리다 못한 대구시가 HUG의 관리지역 재지정에 앞서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스스로 중단하며 공급물량 조절에 나선 것. 대구시는 기존 미분양 관리지역이었던 중구, 동구, 남구, 달서구, 수성구는 재지정을 서구, 북구는 추가 관리지역 지정을 준비 중이다.
미분양 느는데 지방 주택 인허가 30% 늘어… 속도조절 필요
추후 미분양 증가 속도에 따라 대구시의 행보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0여가구로 매달 1만가구씩 늘고 있다. 대구 외에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1만1000가구를 초과했다. 지자체별로 온도 차이는 있지만 입주 물량이 예년의 2배가 넘는 인천, 충남 등도 미분양 급증이 우려되는 곳이다.
반면, 지난달 지방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30% 늘어 33만가구를 넘어섰다. 수도권이 같은 기간 34% 감소해 19만가구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미분양 관리지역 재지정도 지연되고 있는터라 지방 지자체별로 공급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전청약 물량을 줄이는 등 주택 공급 속도를 시장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조절하겠단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 내 수급여건이나 시장상황은 지자체가 더 잘 알고 인허가권도 지자체에 있다"며 "대구시는 지자체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일시적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30일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계획에 대해 "미분양 물량을 떠안을 단계가 아니다"며 건설사들의 자구책을 우선적으로 요구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국민 혈세를 섣불리 쏟아부을 상황이 아니란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