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쪽방 거주민들의 겨울나기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처럼 쪽방 거주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가난을 무기' 삼아 재개발 때 한몫을 챙기려고 쪽방에서 버틴다는 것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는 쪽방 1170개에 861명이 살고 있다. 1평이 조금 넘는 공간에 옷, 밥솥, 책상 정도를 두면 몸 하나 눕히기 빡빡한 공간이다. 그런데도 9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동자동 쪽방에서 18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씨(69)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순회하다가 동자동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주에서 태어나 부산, 울산, 대전, 수원을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 왔는데, 회사의 부도를 막으려다 큰 빚을 지고 이곳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9년까지 고양시로 출퇴근하며 일을 했으나 심장마비가 왔고 이후 심장약을 먹으면서 일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옆 쪽방 건물에 사는 문모씨(70)도 상황이 비슷했다. 그는 "36살에 포항에서 예인선(다른 배가 항만에 정착하게 끄는 선박)을 끌다가 다리를 다쳐 병원에 1달을 누워있은 후로 다리를 절뚝인다"며 "일을 계속했지만,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어 6년 전에 수급자가 되면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의 평균 월세는 23만4000원이다. 같은 가격에 보증금 200만~300만원을 더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방과 거실이 있는 월세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쪽방촌 거주민들은 지원이 적고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지방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문씨는 "고독사가 두렵다"며 "살아있는 목숨을 어찌할 수는 없으니, 죽으면 나 하나 챙겨줄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나이 들어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돈, 영화 다 필요 없다"면서도 "다니던 병원이 여기 있고, 나를 챙겨주던 사람들이 여기 있는데. 어딜 가겠느냐"고 말했다.
10살 때 경기도 문산의 한 보육원에서 뛰쳐나온 신모씨(69)는 말이 어눌하다 보니 일할만한 곳이 적다고 했다. 신씨는 "막노동을 전전하더라도 지방보다 경기도가, 경기도보다 서울이 일자리가 많다"며 "지방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일할 곳이 있고 잘 곳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동자동 일대에서 40년간 상점을 운영한 한모씨(80)도 "육체가 건강해도 일해서 먹고살아야겠다는 정신적으로도 환자가 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을 기다린다는 쪽방 거주민들에 대해 "그 사람들 소망이다"라며 "다른 곳에서는 재개발된다고 월세방 살던 사람들이 이어서 방을 얻는 경우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쪽방 거주민들도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10년째 쪽방에 살며 여러 차례 공공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는 나모씨(46)는 "우리 같은 사람은 임대아파트 살면 안 되냐"며 "그게 안 되면 보상금이라도 조금 받고 싶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을 두고 거주민과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 거주자 문제는) 자립률과 근로 의지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며 "일하는 수급자의 자립·자활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이미 많은 쪽방촌 거주자들이 공공근로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더 많은 쪽방 거주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구청, 쪽방상담소 등과 함께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