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립스틱 '쓱쓱'…"화장품, 다시 발라보고 산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01.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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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올리브영 강남타운에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있다/=정인지 기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올리브영 강남타운에 소비자들이 방문하고 있다/=정인지 기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강남역 부근의 '올리브영 강남 타운'에는 점심시간에 화장품 쇼핑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직원과 방문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일부 방문객은 잠시 마스크를 내려 직접 립스틱를 입술에 발라보기도 했다.

그동안 립스틱은 손등이나 테스터용지에만 사용해볼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실내 마스크 해제로 입술에 직접 바를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잠시 올리브영에 들러 풀메(풀메이크업)을 완성하고 나가던 문화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올리브영 직원은 "손님들이 이전보다 테스트 제품을 많이 사용해 소독 티슈로 용품을 더 자주, 꼼꼼하게 닦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색조 화장품 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요 화장품 판매처인 백화점, 올리브영 등은 화장품을 구매 전에 직접 사용해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30일부터 전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모든 제품의 테스터를 자유롭게 발라볼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색조 테스터 용지는 그대로 비치한다. 올리브영은 마스크 해제에 따라 파운데이션 등 베이스와 립 메이크업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월은 발렌타인데이, 졸업식, 입학식 준비로 화장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해제가 발표된 지 얼마 안 돼 공식적으로 준비한 관련 행사는 없지만 테스트가 자유로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맥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쇼핑하는 모습/롯데백화점롯데백화점 본점 맥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쇼핑하는 모습/롯데백화점
백화점도 다가오는 화장품 세일 행사에 소비자 호응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은 주로 백화점 1층에 자리 잡아 손님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메이크업쇼를 해야 해 아이메이크업 위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다양한 제품의 시연이 가능해졌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3일부터 12일까지 아모레퍼시픽, 시세이도, 맥, 바비브라운 등 총 37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블루밍 뷰티 위크'를 개최한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달 10일부터 19일까지 에스티로더, 설화수, YSL 등 약 7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코스메틱 페어'를 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다음달 15일부터 21일에 입생로랑 팝업 스토어를 열고 메이크업쇼, 포토 부스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메이크업쇼 등의 행사는 최소 한달 이전에 브랜드와 백화점이 조율해야 해 다음달까지 행사 횟수 자체가 급증하긴 어렵다"면서도 "행사 참여 고객이나 제품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실내 마스크 해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지난 설 연휴 기간(23~26일) 동안 롯데백화점에서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립스틱이 50%, 립글로즈·틴트가 80%, 블러셔·셰딩·하이라이트가 70% 뛰었다. 지난해에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5월, 국내 화장품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7.9%, 6월엔 13% 증가하며 수혜를 누렸다.

다만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위생상의 이유로 직접 테스트를 꺼리고 일부 가두점 브랜드의 경우 테스터 사용 범위가 매장 점주들의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역 지하에 매장을 둔 A 브랜드 점장은 "오늘 점심까지 마스크를 벗고 테스트를 하는 손님은 보지 못했다"며 "우리 매장을 포함해 아직 테스트를 지양하는 매장이 많아 옛날처럼 편하게 매장에 들러 발라보는 문화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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