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들은 휴마시스가 코로나19 기간 막대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소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벌였고 주주와 소통이 부족했다며 경영진 교체를 요구해왔다. 슈퍼개미인 구희철씨를 필두로 내달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도 요구했다. 최대주주였던 차 대표 측 지분율이 7.65%로 낮았던 만큼 표대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웠다. 회사 관계자는 "새 주인을 맞이함과 동시에 소액주주모임과의 분쟁도 끝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해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구씨가 신청한 경영권 분쟁 소송도 이번 경영권 이전과 함께 모두 취하된 상태다.
오스템임플란트 (187,800원 ▼200 -0.11%)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최근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KCGI 측이 주주행동을 예고한 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리먼트(UCK와 MBK파트너스 공동 설립)에 보유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최 회장의 보유지분 절반인 9.3%를 2741억원을 넘기는 것이다. 거래 종료 후 최 회장은 2대주주가 된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회사의 거버넌스가 UCK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오스템임플란트는 향후 이사회를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추천한 사외이사 포함 4인, 최 회장 2인, 양측 합의로 1인 총 7인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외 일정한 주요 경영사항엔 양측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할 방침이다.
팬젠 (5,340원 ▼60 -1.11%)은 이달 초 창업자인 윤재승 대표, 창업자인 윤재승 대표, 최대주주인 김영부 대표 등 10인이 지분 20.43%를 234억원에 크리스탈지노믹스, 화일약품에 매각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화일약품 측은 고분자 바이오 의약품 연구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팬젠과 상호 협력해 우수한 성능의 신약 후보를 발굴함과 동시에 기술이전 형식의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최대주주들의 잇단 지분 매각을 두고 시장의 반응은 회사별 온도 차가 다른 모습이다. 이달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진 두 회사만 봐도 그렇다. 휴마시스는 경영권 이전 소식이 반영된 이날 종가가 1만5800원으로 전일대비 9.4% 하락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소식이 반영된 25일 종가가 18만6300원으로 전일대비 14.6% 뛰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덴티스트리인베스트리먼트 측이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도 진행한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회사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이유가 다르겠지만 투자자에겐 해당 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리지 않고 되레 매각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문제가 떠오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일련의 흐름을 시작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올해 M&A(인수합병)가 핫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물론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마냥 기업의 악재로만 봐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해외는 기업 창업자가 대주주인 경우가 없다"며 "창업자인 교수는 지분을 10% 정도 가지고 나머지 지분은 투자 비율대로 나눠지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창업자 지분 희석 우려가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져서 진행된다"며 "기업들로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